더우면 친원전, 선선해지면 탈원전?

더우면 친원전, 선선해지면 탈원전?

   문재인 정부는 핵심 어젠다인 탈원전 정책을 적극 홍보해 왔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에너지 전환’ 코너를 만들어 지난해 6월부터 탈원전 관련 홍보 자료를 15개나 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장관이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한 ‘친절한 청와대’라는 제목의 동영상까지 걸었다. 이 영상에서 백 장관은 “한빛 4호기에서 발생한 이물질 사건이라든지 전반적인 원전의 녹슨 현상을 보니까 콘크리트가 정확하게 원전의 돔 철판으로 메꾸지 못한 현상이 있었다”며 원전의 안전 문제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전력수급 여건에 관해선 “열심히 신재생 에너지를 건설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LNG(액화천연가스)로 수급하면 문제가 없다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취재일기 7/24

그러나 백 장관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재난에 가까운 폭염이 계속되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수원은 지난 22일 “현재 정지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3주)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더위로 인해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부랴부랴 원전에 손을 내민 것이다. 탈원전을 강조할 때는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청와대지만 탈원전 기조에 어긋나는 한수원의 조치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뒤가 안 맞는 현 정부의 원전 관련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선 탈원전을 하면서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하겠다거나, 사명(社名)에서 ‘원자력’을 빼는 걸 검토하는 한수원이 원자력 전공자 신규 채용 비중을 올해 13% 수준에서 앞으로 5년간 3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그런 사례다.
 
게다가 원전의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안전성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화재가 잇따랐고, 산을 깎아서 태양광 시설을 만들다 보니 비가 내린 뒤 산사태까지 생겼다. 야당에선 “이 정권의 특정 인사가 태양광 패널 사업 등 핵심적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이다. 온열 환자는 수백명이 넘는다. 앞으로 더 심한 무더위가 올 수도 있다. 예비 원전이 없었다면 에어컨도 마음 놓고 못 틀 뻔했다. 정부는 더울 때는 원전에 의지하다가 날씨가 선선해지면 다시 원전 폐쇄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인가. 원전을 재가동한 정부의 속내가 궁금하다.
허진 정치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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