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가 해낸 4D 프린팅 우리도 해볼까? VIDEO: Take a First Look at the adidas Consortium FUTURECRAFT 4D in Grey


아디다스가 해낸 4D 프린팅 우리도 해볼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연구실

기자 제안에 연구원의 동공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 거 있잖아요. 여름이니까 온도가 올라가면 접혀있던 부채가 저절로 펴진다든지, 비가 오면 우산이 자동적으로 펼쳐진다든지. 만들 수 있을까요?”


“아,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5월 28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연구실. 4D 프린팅으로 ‘신박한’ 물건을 제작해보자는 기자의 제안에 문명운 계산과학연구센터장 옆에 앉아 있던 두 연구원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초희 KIST 인턴연구원, 오제훈 서울대 재료공학과 연구원(석·박사통합과정)과 ‘과학동아-KIST 4D 프린팅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순간이다. 아디다스도 4D 프린팅으로 운동화를 만들었는데, 우리도 한번 해보자. 문제는 7월호 마감까지 3주라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아디다스의 4D 프린팅 운동화/hypebeast



Take a First Look at the adidas Consortium FUTURECRAFT 4D in Grey

https://hypebeast.com/2018/6/adidas-futurecraft-4d-grey-color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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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1. 어느 컵에나 쏙~ 맞춤형 컵 슬리브

4D 프린팅은 비교적 새로운 기술이다. 3차원 입체를 의미하는 3D에 시간이라는 한 차원(Dimension)을 더한 개념으로, 시간이나 환경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바꾸는 것이 4D 프린팅의 특징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모양으로 바뀔지는 연구자가 미리 설계한다. KIST는 이미 4D 프린팅을 활용해 열을 가하면 수축하는 맞춤형 깁스, 화재 발생시 연기를 흡착하는 스마트 소재, 자외선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꽃 등을 개발한 바 있다.


사진은 3D프린트로 뽑아낸 슬리브. 3D 프린팅보다 더 나아간 4D 프린팅은 시간이나 환경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과학동아도 도전!


우선 맞춤형 깁스 원리에 착안해 컵 사이즈에 관계없이 끼울 수 있는 ‘맞춤형 컵 슬리브’ 제작에 도전했다. 컵 슬리브는 음료의 온기나 한기를 차단해 뜨거운 음료로부터는 손의 화상을 막고, 차가운 음료가 담긴 경우에는 손 시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대개 종이로 만들어진 원통형 슬리브를 사용하는데, 컵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크기의 슬리브를 구비해야 한다.


1) 3D 프린터로 제작한 지름 4cm, 높이 6cm의 컵 슬리브. 2) 6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넣어 늘리면, 슬리브가 커진다. 3) 컵에 끼운 

뒤 손으로 지그시 누르면 크기가 줄어 슬리브가 컵에 밀착한다. 4) 뜨거운 커피가 담긴 컵에 끼울 경우 스스로 크기를 조정해 컵에 

밀착한다. - 남윤중 제공


이 연구원은 “4D 프린팅 기술로 슬리브를 제작하면 컵의 크기와 상관없이 하나의 슬리브로 여러 크기의 컵에 재사용할 수 있다”며 “프린팅을 할 때 원하는 문구나 그림도 새길 수 있어 소비자의 감성까지 반영한 슬리브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3주 뒤 KIST 연구실을 다시 찾았다. 이 연구원은 완성품이라며 지름 4cm, 높이 6cm가량인 원통형 슬리브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옆면에는 ‘과학동아’ ‘KIST’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작은 슬리브를 컵에 끼울 수 있을까. 서서히 의심이 들기 시작할 때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글자가 새겨진 슬리브를 따뜻한 물에 넣고 있다. 


이 연구원이 따뜻한 물에 슬리브를 넣고 손으로 늘리자, 슬리브가 상하좌우로 쭉쭉 늘어났다. 이어서 차가운 음료가 담긴 컵에 늘어난 슬리브를 끼우고 손으로 지그시 누르자 컵에 딱 맞는 크기로 줄어들었다. 이번에는 이 슬리브를 뜨거운 커피가 담긴 더 작은 컵에 끼웠다. 그러자 스르륵 크기가 줄더니 컵에 딱 맞는 상태가 됐다.


손으로 지긋이 눌러, 슬리브를 밀착시킨다... 어떻게 됐을까? 


이 연구원은 “열을 가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진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힘을 가해 크기를 늘려도 손의 열이나 컵의 온기에 영향을 받아 크기가 다시 줄어들고, 그 결과 맞춤형 컵 슬리브로 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물로 섬세한 문구가 새겨진 슬리브가 탄생했다.


이 재료는 열가소성폴리우레탄(TPU)이다. 탄성과 강도가 높아 신발 밑창, 항공기 등에 주로 사용된다. 내구성이 강해 마모가 잘 되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어, 컵 슬리브로 제작할 경우 물이 묻어도 기존의 종이 슬리브처럼 찢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첫 도전으로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지만, 아쉬움도 있다. 슬리브를 늘리는 데 꽤 많은 힘이 든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소재에 고무를 일정량 섞어 프린팅을 한다면 쉽게 늘어나고 변형도 빠른 슬리브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2. 저절로 펴지는 ‘스마트 파라솔’

여름휴가를 맞아 찾은 해변. 햇볕이 따가워질 때 스스로 펴져 피부 손상을 막아줄 똑똑한 파라솔이 있다면 어떨까. 해가 지고 난 뒤 온도가 떨어지면 스스로 접혀 정리의 부담까지 덜어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에서 두 번째 4D 프린팅 프로젝트가 출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다.


최종 테스트 당일, 오 연구원은 4개의 살을 가진 미니 파라솔을 공개했다. 미니 파라솔은 마치 접혀있는 우산처럼 살이 한 데 모인 형태였다. 오 연구원이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1~2cm 정도 떨어진 높이에서 열을 가했다. 모여 있던 살들이 점차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10초 남짓한 짧은 시간 만에 활짝 펴졌다.


1) 3D 프린터로 제작한 파라솔. 살 4개가 접혀서 한 데 모여있다. 2) 헤어드라이어로 열을 가하면, 

접혀있던 살이 서서히 벌어진다. 3) 10초 정도 지나면 완전히 펴져 파라솔의 형태를 갖춘다. - 남윤중 제공


파라솔이 스스로 펴진 원리는 컵 슬리브와 유사하다. 본래의 형태를 기억하고, 이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진 ‘PLA’라는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로 펴진 상태의 파라솔을 제작한 다음, 힘을 가해 다시 접은 뒤 여기에 열을 가하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된다. PLA는 옥수수 전분에서 유래한 친환경 소재로, 환경오염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스마트 파라솔’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벌어지는 힘이 약해 살 위에 천을 붙인 경우에는 펴다 만 형태가 된다는 점이다. 또, 펴진 파라솔이 스스로 접히게 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헤어드라이어가 소재에 가하는 온도는 대략 90도, 실제 여름철 기온은 이보다 훨씬 낮은 30~36도다.


오 연구원은 “파라솔이 접힌 상태에서 펴지는 것처럼 4D 프린팅으로 가역적인 변화를 성공시킨 사례가 아직 없어 욕심이 난다”며 “더 낮은 온도에서도 변형을 일으키는 소재를 사용하고, 스스로 접히도록 설계도 바꿔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소재가 핵심

4D 프린팅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좀더 편리하게 집을 지을 수도 있다. 3D 프린터로 집을 짓는다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프린터가 필요하다. 여기에 4D 프린팅을 접목하면, 3D 프린터로 집을 부분별로 인쇄한 뒤 이를 키워서 서로 연결해 집을 완성할 수 있다. 훨씬 효율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다. 형상기억의 원리를 이용해 작게 구긴 소재를 로켓에 실어 쏘아올린 뒤 우주 공간에서 펼치면 우주기지를 손쉽게 건설할 수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영화 ‘트랜스포머’ 속 변신로봇인 ‘범블비’처럼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차량의 외관에 적용하면 취향에 따라 색을 바꾸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손상된 범퍼가 스스로 복구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크기로 작게 만들어 생체 조직으로 활용하거나, 몸 안에 들어가 혈관을 복구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로봇으로 응용할 수 있다.


문 센터장은 “핵심은 ‘변한다’는 4D 프린팅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설계”라며 “현재는 이런 설계를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소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동아’와 함께 4D 프린팅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초희 연구원(왼쪽)과 오제훈 연구원. 제한된 시간 동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두 연구원은 주말도 반납하고 연구에 몰두했다. - 남윤중 제공


4D 프린팅에서는 ‘꺼진 소재도 다시 보자’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일한 소재여도 프린팅 방식만 바꾸면 완전히 새로운 성질을 가진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일명 ‘꼬불이’는 직선이 아닌 꼬불꼬불한 선의 형태로 프린팅한 소재다. 직선일 때와 분명 재료는 같은데도 복원력, 복원 속도, 복원 정도 등에서는 ‘꼬불이’가 월등히 앞선다.


문 센터장은 “4D 프린팅은 전통적인 소재 연구와는 다른 만큼 더욱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분야”라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마트한 소재가 어우러질 때 4D 프린팅은 세상을 놀라게 할 다양한 발명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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