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탈원전, 꽤 비슷하지 않은가


4대강과 탈원전, 꽤 비슷하지 않은가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비판 교수들에 '용역 중단' 압력까지

정권 교체된 다음 탈원전 어떤 평가 받겠나


4대강 사업에 대한 네 번째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청와대가 '강바닥을 6m 파라' '녹조 오염은 거론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국토부와 환경부는 숨도 못 쉬고 지시를 이행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서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4대강 사업을 닮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내부 회의에서 탈원전 비판에 앞장서는 교수들을 거명하며 '용역을 끊으라'고 했다고 한다. 제자들도 한수원 일에서 배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도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어서 원자력계 바깥까지 소문이 난 내용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이 원자력 회사의 책임자라니 그곳 분위기도 참 갑갑할 것 같다.


4대강은 반대가 많았는데 대통령 등 권력 그룹에서 밀어붙였다. 탈원전도 같다. 대통령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후쿠시마 사고 때 1368명이 죽었다'는 근거 없는 얘기를 했다. 탈원전 공약에 관여했다는 교수는 "일본에서 백내장·협심증·뇌출혈 등이 200%, 300% 늘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학회에서 알아봤더니 후쿠시마 사고 후 민간 병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환자들이 현립 병원으로 몰렸는데, 현립 병원 통계를 인용했다는 것이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그런 터무니없는 사실 판단에서 출발했다. 원자력 관련 기구의 책임자와 이사·감사 자리는 환경 단체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국가 에너지 계획을 다루는 위원회에서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배제됐다. 4대강 사업은 당시 정부 내에서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려운 성역(聖域)처럼 다뤄졌다는 것이 환경 단체 주장이다. 지금 정부의 탈원전은 얼마나 다른가.




정부는 탈원전 정책이 공론화(公論化)라는 민주적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 참여단 471명은 토론 후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짓기로 결론 냈다. 그런데 정부는 '그건 그거고 탈원전은 계속 간다'고 했다. 묘한 설문 하나 끼워넣고 그걸 핑계로 댔다. 그 과정은 정당했던 건가.


4대강 사업으로 하천 환경이 크게 망가졌다는 것이 현 정부 입장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풍력 사업도 전국 산림과 저수지 생태를 파괴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반강제로 참여한 수자원공사가 4조원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광역 상수도 물값이 올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도 매년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오다가 탈원전 이후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연이어 1200억원대 손실을 봤다. 한전 사장은 콩과 두부가 어떠니 하면서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4대강 사업에서 참여 기업들의 담합이 있었다. 전국 하천에서 동시다발로 공사가 벌어졌으니 담합을 피하기 어려웠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풍력은 2030년까지 100조원 든다. 돈으로 따져 4대강의 네 배 규모다. 여기서는 부패, 비리가 안 나올까. 현 집권 세력과 가깝다는 사람 중에 태양광을 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감사원은 4대강에 든 비용이 31조, 편익은 6조6000억원이라고 했다. 그 계산에서 홍수 예방 편익을 '0원'으로 잡았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가 5조1500억원, 2003년 매미 피해는 4조2200억원이었다. 중립적 전문가로 구성해 240차례 현장 조사를 했다는 지난 정부의 4대강 평가위원회는 '4대강 주변 지역 93%에서 홍수 위험이 줄었다'고 했다. 이번 감사원 평가는 공정한가. 4대강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정권이 교체된 다음 탈원전에 대해선 어떤 평가가 나올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6/20180706036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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