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로봇이 말하는 당신의 건강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로봇이 말하는 당신의 건강은?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나노미터(nm, 1nm는 10억 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기계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멤스) 분야의 전문가지만, 그의 기술은 의학 분야 기술에 더 많이 응용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는 응급 패혈증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그가 개발한 초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는 멤스 기술에 빛을 다루는 광학을 접목해 항생제 검사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상용화해 대학병원에 보급했다. 40시간 이상이 걸리던 검사 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고, 국내외에 13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인유두종바이러스나 결핵 진단에 활용 중이다.



그는 또 DNA를 합성하고 암 유전자를 포획해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기술도 아시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암세포를 하나씩 분리하고 게놈을 증폭한 뒤 읽어내는 방식이다. 권 교수팀은 이런 작업을 자동화해 병원에서 쉽게 사용하도록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올해 3월, ‘제22회 한국공학한림원 젊은공학인상’을 수상했다.




김인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테라그노시스연구단 책임연구원팀은 체내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ROCK 저해제라는 이름의 이 물질을 기존 항암제와 함께 병행 투입하자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의 활동이 늘어 쥐에서 대장암, 흑생종 등이 최대 90%까지 제거됐다. 연구 결과는 6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또 김 박사는 FHSIRPα-dox라는 이름의 입자도 개발해 동물의 정맥에 주사한 결과 암이 실제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해 올해 1월 ‘어드밴스드 머티티리얼스’에 발표했다. 이 나노 입자는 인체 내의 나노 소포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암세포의 면역세포를 회피 기능을 차단시키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면역세포를 돕는다. 김 박사팀은 암세포가 만드는 일조의 ‘방어막’인 세포외 기질을 분해해 뚫는 나노 물질도 지난해 12월 개발했다. ‘히알루로니다아제 엑소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물질은 인체 유래 효소를 주머니 모양의 세포 밖 기관 엑소좀에 결합한 것이다. 실제 종양을 지닌 쥐에 실험한 결과, 암세포 방어막이 분해되면서 항암제가 암세포 깊이 침투할 수 있었다. 


의학 분야에서 나노 기술의 활약이 눈부시다. 나노 단위의 기계인 멤스뿐만 아니라, 약물을 담아 이동하는 나노 약물 전달체나, 직접 몸 속 유체 안을 헤엄치며 세포를 원하는 부위에 전달하는 나노로봇과 마이크로로봇도 연구 중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인체 내 부위에 침투해 해당 부위를 훤히 밝히듯 보여주는 ‘나노 랜턴’도 대표적인 나노 의학으로 꼽힌다.


현재 과학자와 공학자가 시도 중인 대표적인 나노 의학 기술을 5개 꼽아 봤다.

 

1. 미세전자기계시스템 응용 암 염기서열 해독 및 진단 기기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나노미터(nm, 1nm는 10억 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기계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멤스)를 이용해 만든 초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 기술. 응급 패혈증 환자를 진단한다. 40시간 이상 걸리던 검사 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고, 국내외에 13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대학 병원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나 결핵 진단에 활용 중이다. 


2. ‘내 안에 나노 치료제’ 암 나노 면역치료제

김인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테라그노시스연구단 책임연구원팀은 체내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ROCK 저해제라는 이름의 이 물질을 기존 항암제와 함께 병행 투입하자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의 활동이 늘어 쥐에서 대장암, 흑생종 등이 최대 90%까지 제거됐다. 연구 결과는 6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3. 약물 전달 캡슐형 마이크로 로봇

 최홍수 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는 캡슐 형태에 박테리아의 움직임을 모사한 추진 기능을 지닌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해 5월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스’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 중 하나인 3차원 레이저 리소그래피 기술로 3차원 나선형 고분자 구조물을 만든 뒤 여기에 티타늄과 니켈을 입히고 뚜껑을 만들어 수십 마이크로 미터 크기의 캡슐형 마이크로 로봇을 완성했다. 여기에 세포를 담아 원하는 위치에 보낼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김민준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기계공학부 석좌교수는 미생물의 꼬리에 해당하는 편모를 이용해, 체내에서 자유로운 방향 조절은 물론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추진형 나노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4. 3D 프린터로 만드는 스마트한 나노-마이크로 로봇

리준양 홍콩성시대 기계및의공학과 연구원팀은 3D 프린터로 구멍이 많고 속이 비어 있으며 표면 곳곳에 뿔이 난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축구공 모양 초미세 입체 구조를 만들었다. 비록 관절을 움직이는 등 세부 동작은 할 수 없지만, 금속 코팅 덕분에 외부에서 자기장만으로 위치를 조종할 수 있다. 생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채 혈관 등을 타고 이동해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세포를 전달할 수 있다. 줄기세포 등을 이용하는 재생의학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5. 전기장으로 움직이는 DNA 나노 로봇팔

엔조 코페르거 독일 뮌헨공대 연구팀은, DNA가 특정 조건에서 스스로 조립되는 성질을 이용해 25nm 길이의 미세한 로봇팔을 개발, 1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로봇팔 한쪽을 고정시킨 뒤 전기장을 가해 둥글게 회전 운동을 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통제가 가능하며, 작동 시간은 1000분의 1초로 빠르다. 이는 기존에 10초 걸리던 기술에서 시간을 1만 분의 1로 단축한 것이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동아사이언스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