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쑥대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쑥대밭`


임원 절반이 공석

주요임원 9명 중 4명 없어…CIO 직무대리마저 사의

박능후 "곽태선 낙마 애석"

기금운용수익성에 타격우려…산적한 현안 대응에도 차질


   국민의 노후자금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쑥대밭`이 됐다. 최근 기금운용본부장(CIO·기금이사) 공모 과정에서 최고득점을 받은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사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한 데 이어 이 자리를 메꾸고 있었던 조인식 CIO 직무대리(해외증권실장)조차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에는 수장을 포함한 임원 9명 중 4명이 공석이 돼 장기간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연금, 비전문적 경영간섭 우려"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01&year=2018&no=42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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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에는 지난 1년간 CIO를 대신해 자리를 지켰던 조인식 실장이 불참했다.




조 실장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돌연 사퇴한 이후 1년여간 CIO를 대신해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어왔으나 최근 조직 기강 와해 분위기에 부담을 느끼고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실장은 지난해 말 회식 자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협조했거나 내부고발을 한 직원을 나무라는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돼 최근 인사위원회에서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조직 내부에서 분열이 심화되면서 사의 표명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조 실장이 며칠간 휴가를 냈다"며 "CIO 공석에 직무대리까지 자리를 비워둘 수 없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은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CIO 공석 등 어려운 가운데서도 높은 성과를 달성한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적절한 보상 정책을 통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운용해 성과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와해되고 있는데도 성과를 치하하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조 실장이 사퇴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된다. CIO와 함께 산하 주식운용실, 해외증권실, 해외대체실 등 3개실 수장이 한꺼번에 공석이 되면서 주요 임원 9석 중 4석이 비게 된다. 투자 실무를 수행하는 부서 중에서 국내 채권 투자를 하는 채권운용실과 국내 대체투자를 관리하는 대체투자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비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적폐청산 과정에서 내부 인사를 해임하기도 했다. 내부 감사를 통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자료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를 주도한 채준규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을 지난 3일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채 실장은 당시 두 회사의 가치 산출 보고서를 만든 리서치팀장이었다. 


최근에는 6개월가량 진행됐던 차기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도 `적격자가 없다`며 재선임 절차를 밟기로 해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 내정설까지 돌았던 곽태선 전 사장이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서류와 면접심사에서 역대급 점수를 받고도 최종 낙마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곽 전 사장이 청와대 추천에 의해 이 자리에 지원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곽 전 사장에게 사실상 내정을 암시했으나 돌연 없었던 일이 됐다. 


곽 전 사장은 4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CIO 공모 과정이 시작되기 전 1월 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장 실장은 내가 국내에 학연·지연이 없는 점을 좋다고 평가하며 CIO에 지원하기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곽 전 사장은 "CIO 공모에 지원하기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도 연락이 와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을 주겠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CIO 후보 검증 과정이 진행 중이던 4월 하순에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직접 만나 기금운용본부 운영 방향에 대해 의논했다고 전했다. 곽 전 사장은 "김 이사장은 `CIO에 취임하면 바빠질 테니 미리 알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곽 전 사장의 불투명한 선임 절차와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후보 검증 과정에서 (임명하기에) 결격 사유 등 조금 힘든 부분이 나온 것 같다.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애석하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유준호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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