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로단축 시행] 외국인 근로자들 "돈 안된다" 떠나기 시작 건설사 근로자들 아우성


[52시간 근로단축 시행] 외국인 근로자들 "돈 안된다"  떠나기 시작


건설사 근로자들 아우성

정부, 민간 발주 사업엔 무대책


   지난달 중순 전라남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필리핀 출신 외국인 근로자 4명이 퇴직 신청을 했다. 작년 가을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받고 들어와 철근·콘크리트 공사 전문건설업체(하도급) A사 소속으로 일하던 이들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되면 주말에 일을 못해 수입이 줄어드니까, 제도 적용을 안 받는 더 작은 회사로 옮길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A사는 당시 6개 현장에서 공사를 벌이면서 본사 직원 50여명에 일용직 근로자까지 총 350여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 회사 박모 사장은 "내국인 근로자 사이에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 회사 블랙리스트'가 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외국인까지도 회사 사정을 다 파악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인 일부 건설 현장에서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마저 수입 감소 우려로 이탈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서울 동작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정부가 7월 시행된 '주(週) 52시간 근무' 위반에 대한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이달 들어 노사(勞使) 양측에서 불만과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 기간 연장과 공사비 증액이 문제이고,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게 불만이다.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는 건설업계에선 "돈을 준다 해도 쓸 사람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52시간 근로제, 건설사도 근로자도 괴롭다

지금까지 국내 건설업계는 법정 한도였던 '주 68시간 근무'가 일반적이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실제 평균 근무 시간은 목수 등 현장 기능직이 주 56.8시간, 현장 소장 등 관리직이 59.8시간이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기존 공사 기간을 지키려면 주당 5~6시간을 일할 인력을 새로 뽑아야 하는 셈이다.


정부·여당은 이런 식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10명이 5시간씩 빠지면 1명분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5대 건설사 중 한 곳의 협력업체인 B건설사 오모 이사는 "현장이란 게 한꺼번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돼 있다"며 "결국에는 하루 정도 일손이 비는 셈인데, 일주일에 하루 쓸 사람을 새로 뽑겠다고 공고를 내면 과연 일 잘하는 멀쩡한 사람이 오겠느냐"고 말했다.


근로자들도 불만이다. 지난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자신을 '일용직 근로자'라고 소개한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공휴일과 주말까지 다 쉬어 버리고 연장 근무도 할 수 없게 되니 돈벌이가 힘들어 야간에 대리운전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도 폐지를 호소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자 1인당 임금은 현재보다 9~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사가 단축된 근로시간을 임금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수도권 관리직 근로자 일당이 현재 하루 20만원 안팎에서 17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기존 임금을 그대로 보전해줄 경우에는 반대로 건설사의 인건비 부담이 9~12%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민간 발주 사업엔 무대책

건설업계에선 "정부 취지대로 인력을 더 고용하려고 해도 일할 사람 자체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건설 현장의 숙련 인력 수요는 총 139만859만명. 하지만 시장의 내국인 인력 공급은 120만9534명에 그쳤다. 이 빈자리를 17만7000여명 정도로 추산되는 합법·불법 외국인 근로자가 채운 것으로 공제회는 추산한다.



C종합건설 사장은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기술자들이 한 팀을 이뤄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업 중간에 다른 팀이 끼었다가 빠지면 손발이 안 맞고 생산성,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공사 기간이 늘어날 텐데, 일반적으로 하루 지연 때마다 공사비의 0.1%씩 물어주게 돼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초 공공(公共)공사에 한해서는 공기(工期) 연장에 따른 비용을 발주처가 증액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민간 공사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대형 건설사가 지난달 시행사에 "주 52시간제에 맞춰 공기를 3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최은정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업 실정에 맞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까지 확대하고, 외국인 건설 근로자 비자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4/2018070400044.html#csidx6d67b163943a9eca17a432552f1a2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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