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한국 축구열기, 팬들은 다 어디갔나?


식어버린 한국 축구열기, 팬들은 다 어디갔나?


러시아 경기장 가득 메운 멕시코 관중들... 솔직히 부러웠다

조선일보 오종찬 기자


멕시코 팬들 한 달간 휴가를 내고 건너와

3만명 몰려


  한국과 멕시코의 예선 2차전이 열리기 두 시간 전에 취재를 위해 경기장을 들어섰다가 깜짝 놀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로스토프 아레나를 가득 채운 멕시코 관중들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이미 경기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멕시코 관중들 사이로 간혹 보이는 한국 관중들은 워낙 숫자가 적어서 무리를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붉은 악마 응원단이 모여 있는 곳이 한국 관중이 가장 많았지만, 그 무리도 50여 명 정도였다. 관중석을 점령한 멕시코 관중들 속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중들이 간혹 한목소리로 외치는 '대~한민국' 구호 소리가 무척 힘겨워 보였다.


한국은 전통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홈팀 지위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멕시코 원정 경기를 하듯 일방적인 응원 속에 힘겹게 경기를 했다. 한국팀이 공을 잡으면 '우~'하는 야유 소리가 경기장을 메웠다. 그리고 멕시코가 공격을 시작하면 관중들이 발 구르는 소리에 경기장이 지진이 난 것처럼 들썩였다. 멕시코 공식 응원가인 '시에르토 린도'도 자주 울려 펴졌다.


그 옜날의 열기는 다 어디가고/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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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사람들은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월드컵의 멕시코 경기마다 4만여 명의 멕시코 관중이 경기장에 모이는 것은 러시아에 교포가 많아서가 아니다. 대부분 멕시코에서 월드컵을 보기 위해 건너오는 팬들이다. 4년 동안 돈을 모았다가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응원하러 개최국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로스토프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났던 한 멕시코인은 "월드컵을 보기 위해 한 달간 휴가를 내고 멕시코에서 건너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멕시코가 결선에 올라가도 끝까지 남아 응원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상대팀이지만, 경기장에서 멕시코 관중들의 응원을 지켜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듯, 다양한 응원 도구와 분장들을 선보였다. 과감한 페이스페인팅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중들끼리 어울리며 축제처럼 즐기는 응원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멕시코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러시아 로스토프까지 와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모습은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한국은 힘겨운 경기 끝에 멕시코에 1대2로 패하면서 16강 자력 진출은 힘들게 됐다.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면 세계랭킹 1위 독일을 2점차 이상으로 이기고 나머지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독일 관중들도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러시아는 독일과 가까워서 다음 경기에도 한국팀은 많은 독일 관중들 속에 경기를 치워야 할 듯하다. 다시 한 번 힘겨운 경기가 예상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4/2018062401151.html?utm_source=dlvr.it&utm_medium=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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