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주고 돌려받기 return and earn [신아연]


돌려주고 돌려받기 return and earn [신아연]


www.freecolumn.co.kr

돌려주고 돌려받기 return and earn

2018.06.05

지난 5월, 시드니를 방문했습니다. 호주 남단 타즈마니아 주를 여행한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국제선 비행기를 시드니에서 타야 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경유지이지만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날 겸 며칠 쉬는 동안 전에 보지 못했던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리 한편에 빈 패트병이나 음료수 캔, 우유팩 등을 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었습니다. 방금 마신 음료수의 빈 병을 든 행인들, 집에서부터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온 주민들, 자루 한 가득을 채워 차례를 기다리는 식당이나 카페 주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나 보기 위해 저도 뒤에 서보았습니다.

그곳은 재활용기 자동 수거함 앞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차례가 오자 둥글게 뚫린 구멍 안으로 마치 공을 던지듯 빈 병을 가볍게 던져 넣었습니다. 하나를 넣을 때마다 10 센트의 돈으로 바뀌어 나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적게는 70원에서 많게는 100원 꼴. (재활용기를) 돌려 주고, (돈으로) 돌려받는다 하여 수거 설비의 이름도 ‘return and earn’입니다.

해당 앱을 설치한 후 받은 돈을 온라인으로 적립할 수도 있고, 돌려받은 액수만큼의 상품권을 인출해서 지정 마트에서 돈으로 교환하거나 상품권 자체로 쇼핑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멋진 선택이 있으니 병 팔아 받은 돈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엿으로 바꿔 주는 옵션은 없었습니다.^^ 빈 병을 들고 온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옛날 같으면 엿장수에게 제일 먼저 달려갔을 테니 말이죠. 그런 싱거운 생각을 하는 중에도 투입구로는 쉴 새 없이 빈 병이 들어갔습니다.

하루에 몇 차례 수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부피가 크고 숫자도 만만찮은 재활용기를 한동안 보관해야 하니 수거함의 덩치가 클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매우 높은 것 같았습니다. 음료수를 샀던 곳이나 마트로 빈 병을 가져오면 10센트를 돌려주는 기존의 방식이 별로 효율적이지 못했던 걸 보면 확실히 더 좋은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각 아파트 단지나 거리에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온 지난달, 서울 지하철 전 역사에서 우산을 씌우는 비닐을 제공하지 않아 역사 안이 물바다가 되었다고 하지요. 충분한 예고나 대책 없이 시행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큰 불편과 미끄럼 사고 위험 등 혼란을 겪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환경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갑작스런 이 같은 결정의 진짜 속내는  사용한 우산 비닐을 뒤처리 업체들이 더 이상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랍니다. 이들의 수거 거부 이유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구요. 

환경보호를 위해서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건 우산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제에 지하철 역내뿐 아니라 대형 빌딩이나 소규모 영업장 어디서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비오는 날 외출을 할 때면 젖은 우산을 넣을 수 있는 비닐봉지를 가지고 나갑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득이한 날은 한 장만 사용합니다. 여러 군데에서  볼일을 보더라도 첫 장소에서 뽑은 비닐을 우산 손잡이에 묶어 다니며 하루 동안 재사용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면 비오는 날, 하루에 억 단위의 숫자로 소비된다는 우산 비닐을 줄여 나갈 수 있고,  사용을 금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우산 비닐 사태나 얼마 전 크게 이슈화된(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만) 재활용 쓰레기 문제 등이 수거 업자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공론화가 되었습니다. 덮어 두고 외면했던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 여겨지지만 자연이나 환경보호를 자각한 근본적 접근이 아닌, 이해관계에서 촉발되었다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도 다시 돈으로 해결이 된다면 환경 문제는 나 몰라라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지요.

지구는 쓰레기로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방치할 단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지구가, 자연이 아프면 지구의 일원, 자연의 일부인 우리도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한 달 정도 호주에 머물면서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에서 생활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논하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며 실질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우리도 쓰레기 재활용 문제에 근본적으로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신아연

이대 철학과를 나와 호주동아일보와 호주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현재는 자유칼럼그룹과 자생한방병원 등에 기고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생명소설『강치의 바다』 장편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비롯, 『내 안에 개있다』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마르지 않는 붓(공저)』 등이 있다.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