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전철 개통 지연으로 주민들 '부글부글'



신도시 전철 개통 지연으로 주민들 '부글부글'



11월 개통하려던 김포도시철도, 인·허가 등 문제로 8개월 연기

지하철 4·5·8·9호선 연장선도 최대 2년 가까이 늦어져

시공사 선정 유찰·문화재 조사·SOC 예산 부족 등 이유


미사·다산·별내 등 신도시 주민 

"교통망 개선 기대에 입주했는데…" 

지자체는 공사 지연 '쉬쉬' 논란

  수도권 전철 개통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은 오는 11월에서 내년 7월께로 8개월 미뤄졌다. 지하철 4·5·8·9호선 연장 사업은 최대 2년 가까이 늦춰졌다. 전철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온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단순히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사 지연 소식을 제때 전하지 않고 고의로 감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전철 개통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김포시는 오는 11월 예정된 김포도시철도(한강신도시~김포공항) 개통을 내년 7월께로 미뤘다. 2016년부터 레미콘 수급에 차질이 생긴 데다 인허가, 보상, 민원 등으로 공사가 최대 8개월가량 지연됐다는 이유에서다. 무인시스템으로 운행할 예정이어서 한국교통안전공사 등의 신호시스템 검증 절차도 남았다. 이 작업만 15~19개월이 걸린다. 


김포시 관계자는 “공사가 늦어진 만큼 시운전 기간을 단축해 오는 11월 개통하려고 했으나 안전성 검증 절차가 남아 연기가 불가피했다”며 “6월께 전문기관 검토가 끝나는 대로 정확한 개통시기를 전하겠다”고 밝혔다.




4호선 연장(서울 당고개역~남양주 진접지구) 완공은 2년 정도 늦춰졌다.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1년7개월간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게 원인이다. 진접선 네 구간 중 2공구에서 2014년 7월 사업자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됐다. 1~4공구 중 2공구의 연장이 가장 긴 데다 4㎞에 달하는 터널공사까지 있어 시공사들이 입찰을 꺼렸다. 시공 책임을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년7개월간 사업자를 찾지 못하다 지난해 3월에야 금호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개통 시기는 당초 2019년에서 2021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지난달 기준 공정률은 27.6%다.


5호선 연장(서울 상일동~경기 하남) 사업도 서울시가 맡은 1공구 공사가 지연되면서 개통이 올해에서 2020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서울외곽순환도로 하부에 정거장을 설치해야 하는 등 공사 여건이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도시 지하철이라 일반 도심보다 공기(工期)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단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하철 승강장 초미세먼지, 바깥 공기의 2.4배… 대책 시급"

8호선 연장 별내선은 서울 암사유적지 문화재 조사와 개발행위 허가 등의 문제로 1년 늦어졌다. 완공 예정시기가 2022년에서 2023년 9월께로 미뤄졌다.


지역 주민 기만하는 지자체 

지하철 개통이 늦어지면서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 주민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 출퇴근에 3시간 이상 낭비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남양주 진접지구엔 4만여 명이 살고 있지만 반경 10㎞ 안에 지하철역이 하나도 없다. 광역버스도 잠실로 향하는 버스 2개뿐이다. 


하남 미사지구도 아파트가 입주한 지 4년이 지났으나 지하철이 다니지 않고 있다. 별내신도시는 그나마 경춘선을 이용할 수 있지만 환승을 두세 번 해야 하는 탓에 서울 광화문(15㎞)까지 가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진접지구 주민 최모씨(43)는 “2009년 입주해 전철역 개통을 기다려왔다”며 “또 늦어진다고 하니 더 기다릴 자신이 없다”고 했다.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데도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시민에게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진접선 시공을 맡은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5월만 해도 “진접선 공사가 당초 계획인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다 올해 초 갑자기 공사가 1년7개월 지연됐다고 밝혔다. 유영록 김포시장은 지난해 12월27일 김포도시철도 시승견학 행사까지 열었다. 시민 200여 명을 태우고 출발역인 양촌역에서 종착역인 김포공항역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 김포시는 “7월 종합시운전, 9월 영업시운전을 할 예정”이라며 “11월 개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포 시민들은 급기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강신도시 주민 모임인 ‘한강신도시총연합회’는 “김포한강신도시 입주자와 입주예정자를 기만한 행위이자 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김포도시철도 개통 지연에 따른 조사와 감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1만3000명을 돌파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매년 10% 가까이 줄이고 있어 공사비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기 지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큰 만큼 사업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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