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경협 특수 맞을 준비 돼있나


건설산업 경협 특수 맞을 준비 돼있나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경제협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 인프라 건설 참여로 국내 건설업계가 제2의 부흥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잇단 주택시장 규제, 수년간 해외수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남북경협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건설산업이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각종 규제와 낡은 문화로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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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는 수십 년 전과 다르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국가·산업적 노력도 별로 없었다. 각종 규제가 많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실행하려는 의지도 없다. 담합과 덤핑 친화적 문화, 하도급업체 후려치기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 향상 대신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은 상황에도 건설현장은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55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2015년 53.1%에서 지난해 60.8%로 늘었고, 최근 5년간 (21012~2017년) 청년층(15~29세) 취업 비중은 5%대에 불과하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1월 200만명선을 내줬고, 지난 3월에는 190만명대로 낮아졌다. 




건설 현장 근로자의 고령화로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2017년 맥킨지가 세계 주요 국가 41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다른 산업 생산성 증가율을 고려한 건설산업 노동생산성은 40위를 기록했다. 


비전이 없고 젊은이들도 찾지 않으니 경쟁력이 높아질리 만무하다. 현장 근로자를 ‘노가다’로 낮춰 보는 사회적 편견,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으로 일감이 줄면서 미래는 더 불투명해 졌다. 


국내 건설산업 경쟁력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갈라파고스 증후군(우물안의 개구리)’를 꼽는 이들이 많다. 100여개 넘게 분화된 칸막이 영역, 한쪽의 이익은 다른 쪽 손해라는 제로섬 구조 등의 적대적 구조도 문제다. 각자가 속한 집단의 배타적 이익을 위해 규제 신설과 강화를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1990년대 중반 건설시장 개방 후 외국 건설사 수주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도, 미국 벡텔 같은 글로벌 종합건설기업이 나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98년 설립된 벡텔은 연간 매출이 300억달러(약 30조원)를 넘지만 우리 건설업체와 달리 주택 및 일반건축공사는 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기획과 설계 위주로 수익성을 높이고, 단순 시공 등은 다른 건설사에게 맡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자동차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초기 투자비가 많아 업체가 적은 것이 아니다.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 고객에 외면받기 때문에 함부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건설산업은 시설물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과 공법 도입 대신 낮은 가격을 써낸 곳이 수주하는 것이 관례다 보니, 기술개발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규제만 양산하는 누더기 입법, 건설 현장 사고 후 이어지는 땜질식 규제 등으로는 건설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이제라고 건설 선진국에서 채택한 '최고 가치' 낙찰방식을 도입하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 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만큼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겠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지난해 말 정부가 ‘제6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 발표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건설현장의 노동생산성을 기존 대비 40% 향상 시킨다고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를 위해선 ‘놓아주기’가 먼저다. 현실에 안 맞는 규제를 혁파하고, 기술 개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번에는 선언에만 그치지 말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 

홍정표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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