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박 나서 배 아프세요?


친구 대박 나서 배 아프세요?

자신의 목표수익 집중해야 '행복한 투자'

장강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남과의 비교]

미국인, 자신의 절대 소득에 관심 

한국인은 타인의 상대 소득 예민 


코스피지수·KRX300지수 등

투자 벤치마크로 삼아볼 만 


  ‘원 A는 작은 원들에 둘러싸여 있고, 원 B는 큰 원들의 가운데 놓여 있다. A와 B 중 어느 원이 더 크게 보이나?’ 


착시의 대표적인 예다. 두 개의 원은 크기가 똑같지만 주변 원들의 영향으로 A가 더 크게 보인다. 사람은 어떤 대상을 주변의 것과 비교해서 판단하려는 성향이 있다. 특히 비교하기가 쉬운 일이라면 이런 성향은 강해진다. 비교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다. 



무엇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느냐에 따라 행복이 좌우되기도 한다. 미국 코넬대 빅토리아 메드벡 교수 등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행복 정도를 측정한 연구로 유명하다. 이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방송영상을 토대로 감정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메달이 확정됐을 때, 동메달리스트들이 은메달리스트들보다 더 행복했다. 10점 만점 기준 행복 점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7.1점인 데 비해 은메달 선수들은 4.8점에 불과했다. 이런 차이는 경기 후 시상식에서도 동메달 5.7점, 은메달 4.3점으로 나타났다. 동메달리스트들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과 자신을 비교해서 메달권에 든 것을 행복하게 느낀 반면, 은메달리스트들은 아쉽게 놓친 금메달 생각에 기쁨이 반감됐다.




사람의 비교 본성과 그로 인한 행복(또는 불행)은 돈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세기 초 미국 저널리스트 헨리 루이스 멩켄은 “남자가 자신의 소득에 만족할 때는 아내의 언니 남편보다 많이 벌 때”라는 말을 남겼다. 아내 입장에서 가장 쉬운 비교 대상이 언니 남편이란 얘기다. 이쯤 되면 미혼 남성은 벌이가 시원찮은 배우자와 결혼한 자매가 있는 여성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영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소득 금액이 아니라 소득 ‘순위’가 삶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더라는 연구도 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 중 자신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행복하더라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사람들은 자신에 비해 소득이 적은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과의 비교에 더 예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향 비교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한국인은 어떨까. 뇌과학을 적용해 한국인과 미국인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은 자신의 절대적 소득에 관심을 갖는 데 비해 한국인은 타인과 비교한 상대적 소득에 민감했다.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타인의 소득에 더 민감하다는 결과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조사 대상자들의 뇌 반응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남과의 비교는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손에 스스로 맡기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해서는 행복해질 수가 없다. 비교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문제는 비교하려는 게 사람의 본성이란 점이다. 본성을 이기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먼저 ‘투자’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때, 주변 사람들의 대박 스토리와 자신의 부진한 수익률을 비교하면서 낙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는 남의 수익률엔 관심을 끊자. 대신 투자를 시작할 때 자신의 목표수익률을 확실히 정하자. 무턱대고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잡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수익률을 생각하자. 그리고 목표수익률이 달성되면, 투자금 전액 또는 대부분을 일단 현금화해서 수익을 확정짓자. 수익이 확정돼야 투자 성공체험이 완성된다. 




투자가 항상 성공할 수만은 없다. 시작할 때 잡았던 투자 기간이 지났거나, 손실 허용 최대치를 넘어서면 과감하게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손절매만 잘해도 투자는 반 이상 성공한 것이란 말도 있다. 프로야구 3할 타자도 10번 중 7번은 실패한다. 실패한 투자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 투자 성공률 3할로도 원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유용한 비교 대상이 있다. 바로 벤치마크다. 기준이 되는 점, 측정 기준을 의미하는 벤치마크는 해당 투자의 바람직한 운용상을 표현하는 용어다. 펀드는 3개월마다 제동되는 자산운용보고서에 벤치마크가 들어 있다. 자신만의 벤치마크를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코스피지수, KRX300지수 등을 그대로 따르거나, 거기에 자신만의 추가 수익률을 더해서 벤치마크로 삼아도 좋다. 더 이상 남과의 비교에 휘둘리지 말자. 

한국경제 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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