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라도 예전같지 않네"...해외수주 비상 걸린 건설업계


"유가 올라도 예전같지 않네"...해외수주 비상 걸린 건설업계


시리아 내전, 이란 정세 불안하자 

‘유가 강세=수주 증가’ 공식 깨져 

대림산업, 해외수주 목표 1조원으로↓ 

현대건설, 3.8조 공사 1년째 ‘스톱’ 

삼성물산, 1년만에 수주잔고 2조 줄어 

“프로젝트 중국에 빼앗기고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용 부담 커져“


1. 시공능력평가 4위 대림산업은 올 들어 아직까지 해외건설 공사를 1건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차별적인 경쟁력을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중동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따냈던 대림산업이지만 최근 들어 중동에서의 공사 발주가 급감한 탓이다. 대림산업은 올해 수주 목표 7조원 중 해외 비중을 15% 정도(1조원)로 낮춰잡았다.


2.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작년 3월 ‘이란 사우스파12-2단계 확장 공사’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수주금액이 3조8000억원으로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따낸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그러나 현지 정세가 불안정한 탓에 금융약정 체결이 미뤄져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을 못하고 있다.



해외건설 중동 전성기 저무나?

http://conpaper.tistory.com/65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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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좀처럼 수주 낭보를 전하지 못한 채 손가락만 빨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시장 건설 발주가 늘어나는 것이 정설이지만, 최근 상황은 과거 패턴과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렵게 계약을 따내더라도 현지 사정 때문에 금융 조달 장벽을 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미 최근 몇년 새 눈에 띄게 일감이 줄어든 건설업계는 오는 7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까지 시행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수주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 수주액 5년 전 비해 ‘반토막’…수주잔고도 감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18억7635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18억7503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300억달러를 오르내리는 수준이다. 문제는 2014년(660억993만달러)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인데다 2015년(461억4435만달러)보다도 30% 이상 낮은 성적이라는 점이다.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밑돌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수주잔고 역시 급감했다.




작년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2016년 말 31조7424억원어치 일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년만에 수주 잔고가 약 2조원 가까이 줄어 3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현대건설은 작년 말 기준 간신히 40조원선을 지켰지만 올해 수주 성적에 따라 30조원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우건설은 2015년 40조원이던 수주잔고가 매년 5조원씩 줄어 2017년 말에는 30조원까지 떨어졌다. 대림산업은 작년 한해 동안 5조5000억원 어치 일감이 사라져 올해 20조원선을 지키는 것조차 위태로워 보인다.


이는 지난 수년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일감 텃밭인 중동 건설시장이 침체된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에 타격을 입은 중동 산유국들은 대부분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올 들어 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년간 누적된 재정 부담 탓에 선뜻 공사 발주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정세도 불안하다. 2011년 시작한 시리아 내전은 8년째 계속되고 있고 주요 산유국인 이란은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 뒤에도 미국과 힘겨루기를 지속하면서 달러화 결제 등의 문제에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금융약정 협상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중동에서 어렵게 일감을 따내도 이후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



아시아 시장 노크…리스크분산 안간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중동시장의 대안으로 아시아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동이 해외건설 수주의 최대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아시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액의 약 60%(70억5412만달러)가 아시아 물량이다.


현대건설은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양항만·가스플랜트·복합개발·석탄발전 등 경쟁력 우위 공종에 집중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이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입찰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기존 중동 산유국의 플랜트 공사 위주에서 아시아 등 비산유국의 인프라공사로 방향을 전환해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설업계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또하나의 장벽에 직면했다. 오는 7월부터 바뀐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현장에서 인력 관리에 따른 공사비 절감과 공사기한 준수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고, 이는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공사품질 저하,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중국은 중국수출입은행, 중국수출보험공사를 통해 전폭적으로 자국 건설사에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며 “과거 같으면 당연히 우리가 따낼 프로젝트도 중국에 빼앗기는 사례가 많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교통부가 오는 6월 설립 추진 중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크지만 2000억원에 불과한 초기 자본금으로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문재기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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