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올림픽 끝나니 찬밥"…北접경지 인프라투자 줄줄이 퇴짜


강원도 "올림픽 끝나니 찬밥"…北접경지 인프라투자 줄줄이 퇴짜

[SOC는 복지다]


`경제성 없음` 한마디에 싹둑…미래 못보는 SOC 투자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북한 접경지역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철저히 홀대받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신규 SOC 사업에서 연거푸 배제되면서 `인프라스트럭처 홀대론`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급진전하는 남북 관계 속에 남북 교류와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접경지역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4일 강원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강원도는 내년 신규 SOC 사업으로 강릉~제진 동해북부선 철도를 비롯해 춘천~철원 고속도로, 포천~철원 고속도로, 속초~고성 고속도로, 평화고속도로 등 북한 접경지역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이번 정부 예산 배정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퇴짜를 맞았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 공약이었던 제천~삼척 ITX 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가 SOC 사업이라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영향이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된 전체 국내 SOC 사업 40건 중 절반인 20건이 `퇴짜`를 맞아 1999년 이후 퇴짜 건수 최대를 기록했다. 한영한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원도는 인구밀도가 낮아 웬만한 `예타` 심사에서 경제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지만 시설이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며 "남북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시기에도 통일 시대 준비와 미래 가치를 보지 않고 현재 수익성에만 매달리는 인프라 평가는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위원은 "강원도는 일반도로 중 67.3%가 내구연한을 초과해 노후할 정도로 전국 꼴찌 수준 교통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새 남북 관계를 겨냥해 낙후된 접경지역을 미리 개발하고 동해안권 인프라를 갖춰두면 향후 유라시아 진출 교두보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강릉~제진 동해북부선이 이어지면 부산부터 신의주까지 한반도 척추가 철도로 연결된다. 


현재 북한은 신의주부터 군사분계선까지 철도가 이어져 있고, 부산에서 강릉까지도 철도가 연결돼 있다. 강릉에서 고성군 제진까지 철도만 놓인다면 당장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대륙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철로가 생기는 셈이다. 국내로만 한정하더라도 최근 경강선 철도가 뚫려 서울~강릉을 1시간42분이면 주파하는데, 서울에서 고성·양양까지 철도여행이 가능해진다. 강릉~제진 동해북부선에는 총사업비 2조2349억원이 필요하다. 


현재 중앙고속도로 확장판인 춘천~철원 고속도로 신설도 강원도가 수년째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다. 북한 접경지역 도로망이 확충되면서 국토 균형 발전과 통일 대비 차원에서도 요긴한 인프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강원도청 예산담당 관계자는 "춘천~철원 고속도로 자체만 보면 당장 경제성이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인구밀도와 차량대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래 사회 가치도 판단해야 한다"며 "철원은 강원도 다른 지역과 연결된 도로가 좋지 않아 강원도 생활권과 단절돼 있는데 이런 문제점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때 남북 관계 경색으로 2년 가까이 중단돼 있는 `경원선 복원`(서울~원산) 사업 역시 공사 재개가 시급한 실정이다.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공사는 사업비 1576억원을 투입해 백마고지역~월정리역 9.7㎞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2015년 8월 5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사업이 추진됐으나 2016년 5월 남북 관계 경색과 예산 부족에 따른 토지 매입 지연 등을 이유로 현장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미래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경제성만 판단하는 타당성 조사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 가치를 고려한 SOC 선제 투자가 통일 후 균형 발전에 기여한 효과는 독일에서도 이미 증명됐다. 


독일 연방정부는 1990년 10월 이뤄진 공식적인 통일 이전부터 약 50억유로(약 6조원) 규모의 접경지역 주택 개선 프로그램 등 낙후 인프라 개선 작업에 나선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통일 5년 전인 1986년 연간 건설투자액이 1800억유로 수준이었는데 통일 직전인 1990년 2000억유로를 돌파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독일은 통일 이전에 서독 지역 내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SOC 투자를 추진하고, 통일 후에는 독일 전체 균형 발전으로 사업을 전환해 짧은 시간 안에 동서 간 경제 인프라 갭을 메웠다"고 설명했다. 통일 시대를 앞두고 남북 간 경제력 차이 극복을 고민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행 `접경지역지원특별법`상 국가가 접경지역에 총 53개 SOC 설치·유지 및 보수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별법이 시행된 2000년 이후 2017년 9월까지 접경지역 총 53개 SOC 사업에서 국가 재정이 지원된 횟수는 도로 10건, 철도 2건 등 총 12건에 불과했다.


 접경지역에 대한 실제 SOC 투자는 도로, 철도 등을 제외하고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홍 의원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취지는 비록 경제성 효과가 낮더라도 낙후 지역에 대한 균형 발전을 위해 SOC를 우선해 설치·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경제성 평가를 뛰어넘는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앙정부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등 결론을 보고 난 뒤 우선 투자 순위를 선별해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지연 또는 중단된 사업은 대부분 바로 공사 재개 또는 북측 구간에 대한 보완 사업이 이뤄진다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라며 "다만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복원 사업 방향을 신중하게 논의하는 게 맞는다"고 전했다. 

[이지용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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