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투자


전쟁과 투자


러시아 RTS지수,  미국의 경제 제재로

지난 9일(현지시각) 11.68% 폭락했다.


   1991년 1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군(다국적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자국 영토에 내리꽂히기 직전까지 “전쟁은 없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미국이 베트남전 패배로 인한 후유증을 길게 앓았던 데다, 미국 내에서 반전 여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후세인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한다고 해도 서방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후세인의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기는 했으나, 당시 정세를 봤을 때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생각이라는 평이 없지 않다.


러시아 RTS지수는 지난 9일(현지시각) 11.68% 폭락했다. 급락 사유는 미국의 경제 제재다. 미국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러시아 관료 17명, 올리가르히(신흥재벌) 7명, 12개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국 내 자산 동결, 거래 금지가 시작됐다. 또 5월 7일 이후 제재대상 기업의 회사채 거래 및 보유 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9일의 금융시장 충격은 서방권 투자자들의 회사채 매도로 시작됐다.


미영불의 시리아 화학공장 공습 장면/ND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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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시작했다. RTS지수는 13일(금요일) 1.83% 떨어졌는데, 월요일장이 개장하면 공습 영향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 


전쟁은 기본적으로는 아무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양쪽 모두 파국까지 다다르는 것을 조심하는 것이 느껴진다. 미국은 공습 이후 러시아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고, 러시아는 UN총회를 소집해 대화로 풀어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양측의 이런 태도에 장외 원자재 시장은 잠잠한 편이다.




갈등이 더 격화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한가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러시아는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상당히 탄탄한 국가라는 점이다. 2010년대 이후로 RTS지수와 국제유가는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탄탄한 이상, 미국과의 갈등만으로는 러시아 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러시아는 숱한 경제 제재에 익숙한 나라다. 문제아한테 “너 한번만 더 떠들면 손바닥 맞는다”고 협박해봐야 통할 리 없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러시아 경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수출의 70%가 천연가스, 원유 등 원자재다.


심지어 트럼프는 일관되게 러시아를 흔드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말을 바꾼다. 언제는 친구 같이 굴고, 언제는 주적처럼 행동한다. 트럼프 입장에서 완전히 선을 긋기 어려운 것은,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려면 어차피 언젠가는 러시아와도 협상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양국 관계가 파국에 이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공포를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사실 트럼프는 계속 쉽지 않은 싸움을 걸고 있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각)에는 미국우정공사(USPS)의 재무상황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USPS는 2007년 이후 경기 침체로 650억달러의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이때문에 신뢰성 있는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이번 결정은 이커머스업체 아마존을 타깃으로 하고 있을 수 있다. 결국 운임 인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에 USPS를 들여다보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직배송 비중을 높이면 미국 택배업체들은 일감을 잃어 더 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RTS(위), 브렌트유(아래) 움직임 /미래에셋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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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싸움을 하려면 한곳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트럼프는 다소 산만해 보인다. 이곳 저곳 다 참견하고 있다는 점이 도리어 “큰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물론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전쟁은 만에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벌어진다. 양국 스트롱맨이 모두 만만치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올인’할 시점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6/2018041600299.html#csidx3408fec7bb056aea3cea242d4ec8c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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