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건축의 넌센스, 고층건물의 타일 마감


평양 건축의 넌센스, 고층건물의 타일 마감


  집은 우리가 열심히 생활현장에서 일하고 돌아가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최적화 환경의 주택을 짓기 위해 터를 마련하고 그 집터에 건물을 앉히는 배치 계획에 따라 공사를 합니다. 오늘은 외부인들의 눈에는 평양의 건물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아보는 두 번째 시간으로 전화 회견에는 아이 에프 건축사 사무소 대표이며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건축교류위원인 차상욱 건축사입니다.


기자: 남한의 서울은 한강을 축으로 강북에서 남쪽 방향으로 도시가 확장됐고 반면 평양은 대동강을 두고 동서를 축으로 발전했다고 지난 시간에 말씀하셨는데요. 구.금성거리, 여명 거리에는 최고 70층짜리를 비롯해 44개동 초고층 구조의 살림집이 조성 됐습니다. 이런 고층건물과 함께 있어야할 편의시설이나 주변 인프라, 즉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나 학교, 병원 등 환경은 어떻게 파악하십니까?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건축교류위원인 차상욱 건축사. 사진-차상욱 씨 제공 cha_sangwook_200


차상욱 건축사: 미래과학자거리와 함께 여명거리에 조성된 주거단지는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살림집 배치기준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을 체제변화의 상징 또는 조짐 정도로 보고 싶습니다. 초고층 건축물의 위용을 활용해서 대북제재를 비웃고 지도자의 치적을 시각화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용도가 주거라는 점은 평등세상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적 가치에 심각한 상채기를 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체제가 표방해온 얄팍한 허울 너머에 만연된 자본주의적 계층분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과 같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자: 주거 거리로는 안맞다?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뭡니까?


차상욱 건축사: 수직으로 치솟은 탑상형 주거건축의 특성상 편의시설은 저층과 지하층에 자리잡게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상복합 건축물의 구성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자가용 승용차 보급률을 논할 상황이 아니어서 건축 관련법규에서도 주차장에 관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새로 조성된 고층살림집 단지에서 따로 주차장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굳이 지하공간을 만들어 편의시설을 제공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식당과 상점 그리고 소규모 진료소와 같은 편의시설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상층과 저층에 마련된 상업공간에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학교나 영유아시설과 같은 교육시설은 조기 사상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온 북한체제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설이기 때문에  단지 내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충분히 배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전력사정이 근본적으로 호전되지 못한 상황에서 원활하게 기능하고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여명거리가 완공되었을 때 북한매체는 벽면 일부에 붙여둔 태양광 판넬 몇장을 소개함과 동시에 지열에너지까지 활용한다면서 친환경 녹색에너지를 활용한 최첨단 주거단지라고 소개한 바 있지만, 평양시내를 돌며 장작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여전히 이 단지에도 드나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을 볼 때, 현실은 그들의 선전과 다르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할 것입니다.




기자: 대동강을 끼고 구. 안산거리, 지금은 미래과학자 거리로 불리는 곳을 보면 고층건물이 많습니다. 은하타워는 지상 53층 건물인데 9개월 만에 완공됐잖습니까? 시공이 굉장히 빠른 것 아닙니까?


차상욱 건축사: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속도로 건축물을 완성한 지구촌의 사례들과 비교한다면 빠르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2010년 중국 후난성에 지어진 ‘신판저우 호텔’의 경우, 57층 규모의 골조와 외장재 마감까지 단 19일 밖에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이 경우를 전문가의 상식에 근거하여 평가해 보면 빠른 시공속도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근거들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즉 오랜 설계과정을 통해 모듈화된 조립식 건축공법이 제시되었고, 조립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함에 있어 과학적인 관리시스템 속에서 정확한 부품들이 사전에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은하타워는 빠른 시공속도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북한당국의 기대와 달리 심각한 우려를 갖게 만듭니다. 이 우려는 비단 은하타워에 머물지 않고 속도전을 제1의 가치로 하여 밀어붙인 김정은 시대의 고층살림집 전체에 드리워지는 것입니다.


기자: 시공속도가 빠른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데 걱정스럽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차상욱 건축사: 평양에 들어선 고층건물의 건설과정을 보면 하나같이 재래식 시공방법이기도 한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북한의 홍보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건축사들의 머릿속에 이 공법은 기본 상식처럼 자리 잡은 것이어서 시공과정을 담고 있는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공법에는 건축물이 고층화 될수록 강화되어야 할 기준들이 많이 있는데요, 철근의 규격과 배치간격, 단위면적에 대한 콘크리트의 강도와 품질, 철근의 피복두께, 콘크리트 타설의 균일성, 그리고 콘크리트 타설 이후 양생기간 등이 그 일부라 하겠습니다. 우리의 현장에서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기준에 충족되지 않을 경우, 공사는 즉시 중단되고 맙니다. 그 이유는 건축물의 안전과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지는 건축물은 이 모든 기준들을 충족하기 위해 단위공종 마다 준수해야할 절대공기라는 것이 생기게 됩니다. 그것들이 모여 전체 건축물의 예상 공사기간을 산출하는 근거가 되는데요, 그런 기준으로 볼 때 은하타워의 9개월 완성은 내부적으로 주민들을 속이는 수단이 될는지 모르지만 외부세계의 전문가들의 눈에는, 심각한 문제들을 잉태한 부실의 덩어리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 안에 입주할 평양사람이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이 서울사람의 그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즉, 구조안전, 화재예방, 냉난방, 단열, 방음, 주차, 통신, 편리... 이런 요구사항들은 저들에게 있어서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자: 평양을 소개하는 사진을 보면 고층건물 외관에 타일을 붙이는 것은 일반적인 것인가요?


차상욱 건축사: 그렇습니다. 과거 남한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던 마감방식이긴 하지만, 요즘 지어지는 건축물의 외벽에 타일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고층건축물에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경우로 받아들여집니다.


기자: 과거에는 했지만 현재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은 왜인가요?


차상욱 건축사: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한 건축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표면을 그대로 대기에 노출시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콘크리트의 풍화를 막고 미세한 균열을 따라 침투하는 물과 공기가 내부에 결속된 철근을 산화시키는 현상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표면을 마감하는 방법에는 페인트도장을 비롯해서 타일을 붙이는 방식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재료와 시공방법이 활용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유독 타일사용이 기피되는 이유는 인건비의 상승에 따라 많은 품이 소요되는 공종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지만, 한반도와 같은 연중 극심한 기온 차에 노출된 타일이 몇 해 지나지 않아 쉽게 이탈되는 단점 때문이라 보는 것이 맞습니다. 따라서 고층건물의 외벽에 쓰게 될 경우 타일의 단점은 미관상의 문제보다 시간이 흘러 건물에서 떨어진 타일이 행인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양은 의미있는 건축물의 외벽을 여전히 타일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 신축된 고층살림집단지의 건물들도 예외가 아닌데요, 나름 상징적일 수 있는 건축물에까지 타일로 뒤덮을 수밖에 없는 실태를 보면 북한의 건축산업이 지닌 낙후성과 한계를 실감하게 됩니다.


기자: 건물만 놓고 보자면 일단 전기와 물이 제대로 공급되는가가 중요한데요 평양의 건축물은 어떻게 보십니까?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건축교류위원인 차상욱 건축사. 사진-차상욱 씨 제공


차상욱 건축사: 저 또한 그 부분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탈북자의 증언이나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북한매체의 홍보사진들이 때로는 실상으로 다가가는 길에 혼란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휘황찬란한 평양의 야경사진들을 집중적으로 게재하면서 전력사정에 대한 외부세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찬란한 야경사진 속 불빛 사이를 따라가다 보면 근본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한 평양 고층살림집의 실상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 야경을 구성하는 불빛은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의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으로 구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평양의 야경, 특히 최근에 지어놓은 고층살림집 단지의 야경은 건물 외부에 설치해놓은 LED경관조명이 만들어 낸 조명 일색입니다. 게다가 10층 이하의 창문에 듬성듬성 불빛이 보일 뿐, 그 위로는 아예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현대건축에서 안정적 전기공급이 요구되는 이유는 단지 조명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의 순환, 지하공간의 공기조절, 그리고 수직동선의 상시적인 운영 등 많은 부분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여 인간에게 쾌적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인데, 우뚝 솟은 구조물의 외관만으로 역할을 다한 것 같은 평양의 고층살림집 들을 향후 어떠한 방법으로 재생시킬 수 있을 지? 이것은 남한의 건축사들에게 던져진 커다란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평양의 고층건물에 대해 남한의 아이 에프 건축사 사무소 대표이며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건축교류위원인 차상욱 건축사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평양의 고층건물과 주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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