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발생 책임이 기업에?


미세먼지 발생 책임이 기업에?


재난안전법 개정안 발의에 속앓이 하는 기업들

집권 여당 정부,

미세먼지 `사회재난`으로 분류, "기업에 청구할 수 있어"

야당, "지방선거 의식한 정책" 비난


  집권 여당과 정부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분류하고, 이를 근거로 산업계에 미세먼지 발생 책임을 물어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회재난을 발생시킨 `원인 제공자`에 대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해 복구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정이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놓고 지난 1년간 미온적 반응을 보여온 점을 들어 야당에서는 이 같은 당정의 `고강도 대책`에 대해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책이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11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줄곧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방침을 견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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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재난안전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재난을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누고 있는데, 둘 중 어느 것에 지정되더라도 △특별재난지역 선정 △복구비 선지급 △국고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사회재난은 자연재난에 비해 `인위적` 요소가 개입됐기 때문에 정부가 미리 집행한 재해복구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실제로 재난안전법에는 `사회재난에 대해 정부 혹은 지자체가 원인 제공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 업계에 대한 비용 청구 방안도 고려 요소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지정)이 향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미세먼지 재난지역` 내 산업체가 미세먼지를 대량 배출했다는 인과관계만 입증되면 정부는 주민들에게 선지급한 재해복구 비용(주거용 건축물 복구비, 피해 주민에 대한 구호, 고등학생 학자금 면제 등)을 업계에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경유차나 발전소와 관련된 기업체가 비용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환경규제를 담당하는 재계 측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관련해 배출시설 규제 강화 등 이슈가 커서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지정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개정안에 대해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실정"이라고 답답해했다. 


앞서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4월 미세먼지를 자연재해로 포함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행안부와 환경부가 당시 "미세먼지와 피해 간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어렵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이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또한 미세먼지가 지난가을 들어 주춤해지자 국가재난으로 지정하는 법안에 대해 관심을 덜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실 측은 "우리가 발의한 법안은 미세먼지가 꼭 자연재난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연재난이든 사회재난이든 국가재난에 포함시켜 피해 국민을 정부가 지원하자는 취지였다"며 "만일 정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대안입법` 의견을 내면 됐는데 지난 1년간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가 지금 미세먼지가 이슈로 떠오르자 이제 와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 장차관이 참석했던 지난해 9월 국회 행안위 회의에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지정하자는 안건이 올라왔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행안부가 현재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에는 미세먼지가 `자연재난`으로 분류돼 있는 등 정부 내에서도 관련 의견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행보를 보면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지정하려는 진정성이 떨어진다"며 "지방선거를 의식한 표몰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고 지적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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