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공무원보다 민간 일자리를 [허찬국]


청년에게 공무원보다 민간 일자리를 [허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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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공무원보다 민간 일자리를

2018.04.11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를 늘려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논란이 많습니다. 주요 쟁점 하나는 비용입니다. 당장 들어가는 비용 외에 미래에 발생하는 비용이 얼마나 될 것인가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상당한 보조를 해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두 경우 다 상당한 재원이 소요되겠지만 후자가 더 나은 차선책이라 생각됩니다. 이유를 보겠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9년쯤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면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입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더 중요해집니다. 시장경제에서는 부가가치를 만들어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민간 기업입니다. 공무원이 속한 공공분야는 중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은 부문입니다. 

인구가 줄면 경제활동 인력은 더 귀해집니다. 작년 초 3백만 명이 넘던 20세~24세의 인구가 1년 사이 3백만 명 밑으로 떨어졌는데 2030년경에는 20대 초반 인원이 2백만 명을 하회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백만 명이 준다는 것인데 크게 다른 세태가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작금의 대졸자 취업난 대신 현재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업이 재학생들을 미리 뽑는 입도선매(立稻先賣) 관행이 더 흔해질 겁니다.

머릿수가 크게 줄어든 청년층(그리고 생산활동가능인구)은 2035년쯤에는 지금보다 두 배 더 많은 65세 이상의 노년층과 동거해야 합니다. 노년층이 유권자의 삼분의 일을 넘을 테니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러려면 청장년층 근로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는 필자의 개인적 전망이 아니라 경제전문가들의 중지(衆智)입니다. 다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입니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려면 노동력, 자본, 그리고 기술이 투입됩니다. 인구감소는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전체 부가가치(또는 총생산)는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에 따라 낮아질 것입니다. 일본은 2009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일본의 국내총생산(엔화, 시장가격)이 2007년부터 낮아지다 2015년에야 8년 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인구감소 충격을 상쇄하는 방안은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자본을 늘리고,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대응하면 근로자 한 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늘면서, 근로자 수 감소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극복하여 전체 산출량이 커집니다. 산출 부가가치가 늘어 나눌 파이가 커질수록 어떻게 나누는지의 문제도 용이해집니다. 노령인구에 대한 지원하는 문제도 풀기가 쉬워집니다.

각종 자본의 확충과 기술개발은 민간의 몫입니다. 정부도 유·무형 사회간접자본을 늘리며 도울 수 있지만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는 기능입니다. 사회 전체로 보아 앞으로 일할 사람이 줄면 줄수록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자녀를 둔 가정들이 사교육 부담이 키지는 것도 부분적으로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구변화라는 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비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필요한 우선순위 설정에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설득하는 작업은 경제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몫입니다. 공무원들도 구체적 정책을 실행하는 주체이니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겐 정치인 상전들의 세계관, 경제관이 더 중요합니다. 

설립 취지대로라면 민간 경제단체들이 개별 기업들을 대변하며 사회적 설득과정에 참여하여 순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사유로 인해 이들의 위상이 말이 아닙니다. 아울러 현재 주요 민간경제단체들의 전문 경영인인 부회장들이 모두 공무원 출신이라고 합니다. 특히 새 정부의 영향으로 임명된 이들이 자칫 미운털 박힐지 모를 일을 할 것 같지 않습니다.

다시 공무원 늘리기 현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무원 일자리를 많이 늘리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재정 자원이 많이 소요됩니다. 이미 시작된 생산가능인구 감소세는 오래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청년인력을 생산적인 민간부문에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공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자칫 규정과 공문으로 엮어진 업무에 너무 익숙해져 나중 좀 더 역동적인 민간분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당장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민간부문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주었으면 합니다. 이게 나중에 돈을 절약하는 방안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 개방 경제의 통화, 금융, 거시경제 현상이 주요 연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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