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합병론 '솔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합병론 '솔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승계 자금 조달

비상장 기업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뒤 지분 매각 가능성 높아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운명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가 합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1일 재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비상장 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한 뒤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야경 모습/매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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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각각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4.68%와 11.72%를 갖고 있다. 이들의 지분은 현대엔지니어링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68.99%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계열사 맏형인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8.62%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11.67%)와 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각각 9.35%) 등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방식은 현대엔지니어링을 직접 상장하는 방식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방식,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한 다음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 등 세 가지다. 건설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할 경우 업계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13조7106억원) 기준 2위 기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6조8345억원을 기록한 7위 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액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시공능력평가 1위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1위는 16조5885억원의 삼성물산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실적을 비교해보면 외형은 현대건설이 두 배쯤 크다. 하지만 수익성은 정 회장 부자가 지분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월등히 앞선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0조1680억원, 영업이익은 4188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4.1%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5조7748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현대건설보다 많은 48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8.4%로 현대건설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의 합병 후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리고 있다. 얼핏 보면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은 비슷하다. 두 회사는 모두 사업보고서에 인프라·환경, 건축·주택, 플랜트·전력, 기타 부문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매출 구조를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한 형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의 51.4%를 건축·주택 부문에서 거뒀다. 나머지는 인프라·환경과 플랜트·전력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이 42.9%로 다소 낮다. 화공·전력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다.


일각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는데, 이유는 두 회사의 강점 분야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전통적으로 토목에 강점이 있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등 플랜트에 강점이 있다. 두 회사가 해외 수주 현장에서 부딪치기보다는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국내 건축 분야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자동차 공장 등의 비주거 부문에 강점이 있으나, 현대건설은 주택 부문에 강점이 있어 상호 보완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존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추진하던 주택 사업을 현대건설 이름으로 이어받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 부자 지분 현황. /조선DB


합병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현대건설은 이미 빅배스(Big Bath·누적된 손실을 털어내는 것)를 단행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좋은 실적 뒤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해외 사업장의 돌발 악재 하나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또 두 회사의 사업 구조가 실질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업계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대건설도 플랜트 사업을 하고 현대엔지니어링도 주택 사업을 하는 등 두 회사는 비슷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건설업계 특성상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되기 어려운 구조라, 양사가 합병할 경우 합산 매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큰 경쟁사가 하나 줄어드는 일이라 반길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중복된 관리인력의 처리 문제와 두 회사의 연봉 격차 등은 잠재된 합병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으로 현대건설(7500만원)보다 오히려 높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할 경우 설계와 영업 등의 조직을 통합해 운영하면 일정 부분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비용의 대부분을 쓰는 건설 현장의 수익 구조가 규모의 경제와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장 수가 늘어나는 것일 뿐 효율성이 좋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0/2018041001820.html#csidxce21384c036fa0785bdb1fc02ca6b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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