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현장도 주52시간 단축 적용..."초비상"

해외건설현장도 주52시간 단축 적용..."초비상"

수주 경쟁력 약화 결정적
'근로시간 단축' 해외 파견자도 적용… 인력 최대2배 필요 직원 늘리고 싶어도 당장은 못 늘려, 工期 맞추기 비상

가이드 라인도 없어...졸속 정책

  올 초 중동에서 1조원이 넘는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국내 한 대형 건설사는 오는 10월 착공을 앞두고 주(週)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입찰 당시 한국 파견 직원 100명, 공사 기간 36개월 기준으로 사업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해외 파견 근로자도 국내 기업 소속이면 국내법 적용을 받아 7월부터 주 52시간을 지켜야한다. 이 업체 임원은 "7월부터 기존 인원으로는 공기(工期)를 맞출 수가 없고, 해당 국가에서 한국인 고용 허가를 100명으로 받아놓은 상태라 마음대로 인원을 늘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건설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근무시간을 줄이라고 하니 건설사마다 난리법석"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진출 우리 건설사 ‘근로시간 단축’ 시름 -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중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국내에서 파견 간 직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관리·감독하며 일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해외 건설 현장에도 적용되면, 공기 지연·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주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동 진출 우리 건설사 ‘근로시간 단축’ 시름 -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중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국내에서 파견 간 직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관리·감독하며 일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해외 건설 현장에도 적용되면, 공기 지연·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주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해외에 현장을 둔 건설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토목·플랜트 등 해외 현장에 파견하는 국내 근로자도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줄어든 근무시간에 맞추면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를 못 지키고, 인력을 늘리면 수익성이 줄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발주처가 이를 받아줄 리 없다"고 말한다.

수주 경쟁력 약화되면 중국에 시장 뺏겨
건설업계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와 공기 지연 문제를 가장 걱정한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수주 시장에서 강점이 있는 플랜트 사업은 공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파트나 교량 등과 달리 플랜트는 준공 후 시운전을 하고, 직접 상품을 생산해내는 '상업운전'까지 완료해야 공사비를 받을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기가 늦어지면 수백, 수천억원의 지체 보상금을 내야 하고, 이미 중국 등의 기술이 한국을 뛰어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한다.

현행 68시간 근무가 52시간으로 바뀌면 단순 계산으로는 1.3배의 인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투입되는 추가 인력은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건설사들의 예상이다. 해외 공사 현장마다 현지인·외국인 노동자·한국인 노무 담당과 설계, 현지 자재, 안전 담당 등은 부문별로 정·부 책임자를 1명씩 두고 있는데 이들을 0.3명씩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 인원은 많으면 2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100명 정도의 인원을 파견하고, 수당과 보험 등을 포함해 1인당 연간 1억8000만원(과장급 기준)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공사 기간 3년짜리 현장에서 추가 인건비만 54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집중 근로' '장기 휴가' 체제에 익숙한 건설사 해외 주재원은 52시간 근무제로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근무하는 C사 직원들은 오전 6시 출근하고, 업무 효율이 더 높은 야간작업도 선호한다. 하루에 12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4개월에 한 번씩 2주간의 휴가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다. 한 해외 현장 근로자는 "대부분의 공사 현장은 주거 지역과 동떨어진 오지에 있고, 안전상의 문제로 따로 운전을 해서 나갈 수도 없어 남는 시간을 숙소에서 TV나 보며 죽여야 할 판"이라며 "집중적으로 근무하고, 장기 휴가를 받는 게 근로자들로서도 이익인데 누굴 위한 단축 근무냐"고 말했다.

가이드라인도 없이 밀어붙인 52시간제
건설사마다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대우건설은 지난주부터 TF를 꾸렸고, GS건설은 자체적으로 전국 10여개 시범 현장을 선정해 공종별·사업별 실제 근무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대안을 찾는 중이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건설 현장을 잘 알지도 못하는 데다가 국내·해외 현장의 특수성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다"며 "대규모 지체보상금 지급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 누가 해외 사업을 수주하겠느냐"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일본의 경우 2017년 건설업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일주일 40시간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업의 경우 사업 기간이 길고, 발주자와 시공자가 일하는 방식을 맞춰야 한다며 5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업은 현장의 계절, 날씨 변화 및 숙련 인력 보유 수준 등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당 근로시간이 아닌 탄력적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 건설 현장의 경우 수주 경쟁력 등에서 직격타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용 제외 대상으로 분류하거나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왕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법 시행 전에 업종별로 간담회를 열어 고충 사항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8041000369#csidx343e773e6e6018ea21374ec564245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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