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consumer)의 파생어들


컨슈머(consumer)의 파생어들


  컨슈머(consumer소비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합성어의 주역이 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필요성 때문인데, 아래 소개하는 각종 소비자 유형 중에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말도 있다. 물론 그 뜻을 설명하면 어느 나라 사람이건 쉽게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프로슈머(prosumer)는 'producer+consumer'로 생산소비자(또는 생산적 소비자)란 뜻이다. 참여소비자라고 해도 좋겠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1979년에 출간한 『제3의 물결』에서 소개한 개념으로,1) 생산과 소비가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개발과 관련된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둘 사이의 부분적인 결합이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특히 인터넷이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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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례는 'professional+consumer'로 전문소비자란 뜻이다. 1987년경에 나타난 이 두 번째 개념은 디지털 캠코더나 사진기 등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에는 전문직 종사자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아마추어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2)


프로슈머에 이어 창조적 소비자를 뜻하는 크리슈머(Creative+Consumer) 개념도 등장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데(컨슈머) 그치지 않고, 상품 제작에 직 · 간접적으로 참여하더니(프로슈머), 이젠 소비자가 직접 도안하고 제작(크리슈머)한 작품이 기업의 신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고객 모니터링(프로슈머) 등 기업—소비자 간 쌍방향 마케팅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3)


아이덴슈머(idensumer)는 정체성을 뜻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단어로 똑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동질감을 느끼는 소비자를 말한다.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은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SK텔레콤 임성식 마케팅팀장은 "아이덴슈머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이나 프로슈머 마케팅에서 한 발 더 진화한 것"이라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코드를 개발했더니 가입자의 응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4)




이 외에도 주부 시각에서 상품을 평가하고 홍보하는 마담슈머(madam+consumer), 직접 제품을 사용한 뒤 적극적인 홍보맨이 되는 트라이슈머(try+consumer), 소비자 개인의 만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혜택을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소비자인 소셜슈머(socialsumer),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스스로 삶을 꾸미고 연출하는 데 능숙한 소비자인 큐레이슈머(curasumer), 평범한 제품에 변화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진화시키려는 소비자인 메타슈머(metasumer), 스포츠 관전과 참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인 스포슈머(sposumer), 뷰티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보테슈머(beautesumer),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참조해 상품을 구입하는 트윈슈머(twinsumer) 등 끝이 없다.5)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모디슈머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모디슈머(Modisumer)는 기존 조리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재창조한 방법으로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를 말한다. 처음에는 전 국민이 자신만의 레시피(조리법)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라면에서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게 '짜파구리'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이는 짜파구리 레시피는 2009년 한 대학생의 블로그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모디슈머의 활약은 라면을 뛰어넘어 음료나 시리얼 · 즉석밥 · 안동찜닭 등 다양한 메뉴로 확대되고 있다.6)


이상 소개한 소비자 유형들은 프로슈머의 진화한 형태일 뿐, 기본 개념은 프로슈머다. 프로슈머는 축복인가? 귄터 보스는 『일하는 고객, 소비자들이 보수를 받지 않는 직원이 될 때』라는 책을 통해 프로슈밍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이케아 같은 저렴한 가구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슬그머니 고객들로 하여금 직접 가구를 조립하게 하는 데서부터 많은 사람이 웹2.0에서 애호하는 '베타'라는 말에 이러한 메커니즘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완제품이 아닌 베타 버전'이라는 것은 결국 기업들이 자기들이 생산한 제품의 최종적인 테스트를 고객들에게 떠넘긴다는 의미라는 것이다.7)


최항섭은 "프로슈머의 행위가 종종 새로운 제품의 소비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위를 언제나 합리적으로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감정적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프로슈머에 대한 가장 큰 논쟁거리는 프로슈머가 언뜻 보기에는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항하는 소비권력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자본주의와 기업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것이다.······이 경우 프로슈머는 새로운 경제권력이 아니라 기존의 거대 경제권력인 대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용병'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경제논리와 이윤논리가 지배적인, 그래서 인간과 주체가 계속 움츠러드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순수한 의미에서 경제권력으로의 프로슈머가 아닐까 한다."8)


프로슈머 현상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기업이 대중의 일상적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걸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의 힘이 커졌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이라고 하는 틀을 전제로 한 권력 증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양영어사전2, 2013. 12. 3.,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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