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익은 증가해도 채용은 오히려 감소


대기업, 이익은 증가해도 채용은 오히려 감소


자동화시스템으로 인력 수요 줄어들어

'고용 없는 성장' 고착화

본지·CEO 스코어, 338곳 조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선 한화큐셀 진천 공장을 찾아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업어 드리겠다"고 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 과제 1호로 삼고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그러나 성과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주요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고용은 기대만큼 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 3곳 중 1곳 이상에서 직원 수가 감소했다.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과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도 고용을 늘리지 못한 것은 노동 투입을 안 해도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공장 자동화와 같은 제조업 환경 변화와 한번 뽑으면 해고하기 힘든 노동 시장의 경직성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 이익은 느는데도 고용이 정체되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한국에서도 굳어지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TMR Research Blog



대기업 3곳 중 1곳 직원 수 줄어

3일 본지와 기업 경영 성과 분석회사인 CEO스코어는 자산 5조원 이상인 57개 대기업 집단 338개 계열사의 2017년 직원 수를 분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전체 고용은 전년보다 1만8315명 늘어났다. 2016년 102만4848명에서 104만3163명으로 1.8% 증가에 그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선 고용을 크게 늘리면서도 국내에서는 이직·퇴직 등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을 충원하는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작년 338개 기업 전체 영업이익은 116조원으로 전년보다 55% 늘어났는데도 고용은 제자리다.


그룹별로 보면, 자산 규모 상위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외한 9곳이 고용을 늘렸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G다. 작년 한 해 5360명 늘었다. 이어 삼성(5290명), GS(3280명), 현대차(1955명), SK(1508명) 순으로 많이 늘렸다. 반면 10대 그룹 이하에서는 47개 그룹 중 22곳이 고용을 줄였다. 한진·대우조선해양·KT는 한 해 동안 직원이 1000명 넘게 줄었다.




삼성전자·LG이노텍 직원 많이 늘렸지만…

기업별로 삼성전자가 작년 말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9만9784명을 고용했는데 전년보다 6584명 늘었다. 이어 카메라 모듈,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LG이노텍(3101명)과 편의점 업체 GS리테일(2454명), 대림산업(2185명), LG화학(1865명) 순으로 직원 수를 많이 늘렸다. 삼성전자 등 직원 수가 많이 늘어난 상위 3곳이 전체 고용 순증가와 맞먹는다.


반면 30대 그룹 대기업 계열사 178곳 중 67곳(37%)은 작년에 고용을 줄였다. 현대중공업(2174명), 삼성중공업(1216명), 대우조선해양(1035명) 등 국내 조선 3사는 작년 한 해만 4425명이 줄었다.


대기업이 늘린 고용 인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었다. 고용의 질(質)이 나빠진 것이다. 주요 기업들은 작년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기간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1만1926명을 늘려 1.2% 증가에 그쳤다.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는 9.9% 늘어났다.


LG이노텍의 경우 정규직은 8180명에서 7985명으로 줄어든 반면 기간제 근로자가 787명에서 약 5배인 4083명으로 늘었다. GS리테일도 정규직이 1088명(12.3%) 느는 동안 비정규직은 1366명(223.9%) 증가했다.



'고용 없는 성장' 고착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난 건 자동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라 생산라인에 직원을 더 늘리지 않아도 생산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늘어나는 고용도 시장 상황에 맞춰 임시로 고용하는 비정규직이 많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없이는 '고용 없는 성장'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인건비 증가와 경영 상황이 어려워도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경직된 노동시장을 채용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 기업들은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회사 내부 상황 어려움', '국내외 경제 및 업종 상황 악화', '퇴사, 이직 등의 인력 유출 감소', '통상임금,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을 꼽았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생산라인 자동화로 인한 문제는 별개로 인건비는 급하게 오르고, 노조 입김은 점점 세지고, 생산성은 낮은데 국내에서 고용을 늘릴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친(親)노동 정책으로 경영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한국 대표 산업이 장치산업인 데다, 생산 라인 상당수를 외국에다 둔 만큼 앞으로도 영업이익이 늘어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3/2018040303726.html?Dep0=twitter#csidx245d85a52b0dfb98e7211f9ee2a9a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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