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계절 4월에 [방석순]


축복의 계절 4월에 [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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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계절 4월에

2018.04.02

어느덧 봄 향기 진동하는 4월입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어 어둡고 칙칙하던 산천이 고운 연둣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마을 여기저기 등불처럼 목련이 피어나고, 언덕배기와 산허리엔 개나리와 산수유 꽃이 노란 물감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4월은 설렘의 계절입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님에게 문득 편지라도 쓰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오늘 어떤 소녀는 목련꽃 그늘에 앉아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녘 어디선가는 더벅머리 총각이 봄볕 내리쬐는 바위고개에 올라 제 마음처럼 빨갛게 피어난 진달래꽃을 붙들고 옛님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겨울은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영하의 날씨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거친 싸움에 많은 사람들이 덩달아 마음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혼란과 고통은 아직도 끝난 것 같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훨씬 마음을 다치기 쉬운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려를 이야기하지만 그 배려의 이해나 출발조차 서로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조그마한 사고의 차이, 사소한 오해로 씻기 어려울 만큼 깊은 상처를 주고받곤 합니다. 한 몸같이 생각하던 사람과도 몇 마디 험한 말 때문에 속을 끓이게 됩니다.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문명의 이기로 우리 생활은 날로 윤택해지고 있습니다. 거꾸로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정신은 더욱더 고독해지고 황폐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세상이 바삐 돌아갈수록 서로를 이해하려는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도 디지털기기로, SNS로 소통한다는 이 시대에 예전같이 느긋하게 정서를 나누며 산다는 건 어쩌면 헛된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도 학교에서 ‘오빠생각’ ‘동무생각’ 이런 노래들을 가르치나요?” 외국에서 살고 있는 지인이 이렇게 물어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주변 어린이나 젊은이들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요즘도 ‘엄마 찾아 삼만 리’ 같은 순정만화를 찾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쌍무지개 뜨는 언덕’ 같은 영화는 어떨까요.

도서관에서도 문학이니 교양이니 하는 것보다는 자기개발서, 경제지침서, 처세술 같은 책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단순한 지식의 교육이나 전달도 물론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정신을 고양하고 마음을 일깨우는 교육이나 훈련이야말로 지금 우리 학교나 사회에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지금은 4월입니다. 목월이 노래했듯이 빛나는 꿈의 계절이요,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입니다. 이 아름다운 축복의 계절에도 혹독했던 지난겨울의 상처를 씻어내지 못한다면 올 한 해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때를 놓치지 말고 ‘사월의 노래’도 한 번 들어보고 먼지에 뒤덮인 서가의 연애소설도 다시 꺼내 읽어 얼룩지고 무디어진 감성을 말갛게 닦아 놓아야 할 것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이 변해서 천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네가 변해야, 네 마음이 변해야 천국이 되는 것이다.’ 선인의 가르침대로 내 마음속 천국을 찾아내 4월의 설렘을, 봄의 화사한 기운을 만끽해 볼 때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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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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