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미FTA 환율 합의는 쏙 빼고 발표


정부, 한미FTA 환율 합의는 쏙 빼고 발표  


백악관 "한국, FTA 부속합의서 수출 위해 환율 개입 않기로"

산업부 "환율은 기재부 소관이라 김현종 본부장 발표하지 않았다"


  한·미 당국이 FTA 개정 협상에서 '한국의 환율 개입에 관한 투명성을 높인다'는 내용의 '부속 합의(side agreement)'를 했다고 27일(현지 시각) 미 백악관이 밝혔다. 지난 26일 김현종 통상본부장의 발표 땐 없던 내용이다. 우리 정부가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환율 문제를 쏙 빼놓고 '눈속임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한미FTA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백악관은 '한·미 FTA 및 철강 관세 관련 공동 합의문'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연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이 환율 개입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위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속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부속 합의는 강제성은 없지만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에서 환율 개입 조항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55%다. 미묘한 환율 변화로도 경제 전반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 정부가 원화 절하를 위해 환율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환율 감시국' 리스트에 올려 왔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환율 투명성을 높인다는 것은 정부의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환율 미세 조정)' 기록을 공개한다는 의미"라며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에게 중요한 정보를 숨겼다는 점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종 본부장은 26일 "대통령께서 저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해 국민만을 생각하고 협상에 임했다"며 역사적 인물인 서희와 처칠을 거론하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연 미국이 픽업트럭 등 일부 양보만으로 만족했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더풀 국가와 원더풀 딜을 했다고 한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해당 부처들이 탁구를 치듯 미루는 해명은 비판을 더 돋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율 문제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며, 김현종 본부장은 환율 관련 논의를 한 바 없어 발표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환율은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진행 중으로, 이는 한·미 FTA와 별도"라며 "백악관의 발언에 대해 미 재무부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협상 대표로 간 김현종 본부장이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 기만이며, 2000~ 2002년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 내용을 숨겨 우리 농민의 강한 반발을 샀던 마늘 파동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9/20180329002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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