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사회로 가는 길 [방재욱]


청렴사회로 가는 길 [방재욱]

www.freecolumn.co.kr

청렴사회로 가는 길

2018.03.29

지난 2월 13일 설 명절을 맞이하며 교육부에서 메일로 보내온 ‘청렴 서한문’을 접하며 우리 사회의 청렴문화 수준에 대한 생각으로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요. 안내문과 함께 첨부 파일로 보내온 서한문에는 다음과 같은 장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앞으로 저부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어떠한 청탁도 받지 않겠습니다.
                       금품이나 향응 수수는 물론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은 일체 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넷에 연결해 ‘청렴 서한문’이란 검색어를 치고 들어가 ‘이미지’ 난을 열어보면 놀랄 정도로 많은 청렴 서한문들이 올려져 있고, 특히 교육계에서 올린 서한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난에서 광산 피해의 방지 및 복구를 위해 설립된 ‘광해관리공단’의 청렴 서한문이 눈에 들어와 열어보니, 안내문에 “공단은 청렴의지를 전파하고 공직자로서의 특별한 근무 자세를 강조함으로써 청렴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이번 서한문을 발송했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청렴 서한문에서 청렴(淸廉, integrity)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으로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하고 깨끗한 공직자상을 지칭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한문(書翰文)은 상대편에게 경어(敬語)로 자신은 겸양(謙讓)의 말로 쓰는 편지의 문체를 이르는 말입니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성실한 근무 자세는 국가와 사회의 안정과 질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국제적·국가적 부패 억제를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매년 세계 각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부패 수준을 나타내는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17년도 국가별 CPI에서 우리나라는 54점으로 180개국 중 51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년에 비해 점수는 1점, 순위는 1단계 상승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나 경제수준에 비해 많이 낮은 수준입니다. OECD 내에서는 35개국 중 29위로 전년과 동일하게 하위 수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렇게 낮은 CPI 수준에 대해 조사기간 중 발생한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국정농단 등 권력형 부패나 방산 비리와 같은 대형 부패사건 등이 대내외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패 유형은 독재형, 족벌형, 엘리트 카르텔형 및 시장로비형으로 구분이 되는 4가지 유형 중에서 정치인, 고위관료, 군, 대기업, 학연, 지연을 통해 만들어진 엘리트 카르텔형에 속합니다.

뇌물과 연관된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수감에 이어 미투(#Me Too)와 연계해 도지사가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사임했으며, 탤런트가 자살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명의 역대 대통령 중 4번째로 구속이 되며 국가의 대외적 위상이 크게 실추되고 있습니다.

매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사회 지도층의 뇌물 수수와 횡령, 채용비리, 유력 인사들의 엽기적 성추문 등은 모두 ‘청렴’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솔선해서 청렴하고 근검해야 하는 정계, 법조계, 교육계, 문화계에 만연해 온 부패문화가 어떻게 청렴문화로 바뀔 수 있을까요. 이는 제도 개선만으로 바로잡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지켜 주는 근간이 되는 청렴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기 때문에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청렴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청렴이 가장 신성하며, 그 청렴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우리 삶을 밝고 진실하게 해준다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자주 하면 익숙해지는 것처럼 청렴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렴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상식과 정의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공직자들 그리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청렴 서한문에서처럼 말로만 청렴하게 지내겠다고 하지 말고,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청렴한 생활 실천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너도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 Eranthis stellata Maxim.

바람꽃속(屬) 대부분 식물은 이른 봄,
잔설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황량한 숲 바닥에서 꽃을 피웁니다.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세바람꽃, 들바람꽃 등
바람꽃속(屬) 식물은 속명이 ‘아네모네(anemone)’이고 
영어명으로는 ‘windflower’입니다. 
바람꽃류 중에서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은 
엄밀히 말하면 ‘아네모네속(屬)은 아니고 너도바람꽃속(eranthis)입니다. 
   
이들 바람꽃류는 숲이 우거지기 전에 꽃을 피워 열매 맺고 
장마와 무더위를 피하고자 한여름에는 사그라져야 하기에
지혜롭게도 남들보다 먼저 이른 봄에 서둘러 꽃을 피웁니다.
   
너도바람꽃은 우리나라 경기 이북과 지리산, 덕유산에 자랍니다. 
가운데 노랗게 보이는 꿀샘이 꽃잎인데
황금빛 후광(後光)을 두른 듯한 꿀샘 꽃잎이 매혹적입니다.
   
잔설과 얼음 덮인 계곡 바위 틈새나 나뭇등걸 바람막이 양지에서
가녀린 꽃줄기에 걸맞지 않게 큼직한 꽃을 서둘러 피운 너도바람꽃,
수줍게 내민 하얀 꽃은 실바람만 불어도 휘둘립니다.
바람은 쉼 없이 꽃과 꽃줄기를 감싸 안고 살랑대니 
긴긴 겨울 기다림에 지친 애틋한 설렘과 수줍은 떨림에 
너도바람꽃은 시종일 안절부절, 
잠시를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마냥 한들댑니다.
  
바람꽃, 아네모네의 전설이 슬픕니다.
  
아네모네(Anemone)는 꽃의 여신 플로라(Flora)의 시녀였습니다.
바람의 신 제프로스(Zephyros)는 미모가 뛰어난 아네모네와 사랑에 빠졌고
질투에 찬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 후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꽃이 된 아네모네를 못 잊어 
해마다 봄이 되면 따스한 훈풍으로 찾아와 꽃을 피우게 합니다. 
긴긴 겨울의 엄동설한을 견디어내며 
오직 바람의 신, 제프로스만을 기다리다가 
봄바람 언뜻 분다 싶으면 꽃부터 피워낸다는 아네모네,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덧없는 사랑'이라 합니다.
  
너도바람꽃
 
살을 에는 차가운 얼음장 밑에서 
긴긴 겨울 지새운 하얀 그리움.
빈 가지 사이로 엷은 햇살 부서지니
해마다 찾아주는 임 오시는가?
화들짝 깨어나 꽃부터 피운다.
  
행여 가릴세라. 
숲속 빈 가지 잎새도 나기 전에
황금빛 후광(後光)으로 곱게 단장하고
살랑대는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한다.
   
긴긴 기다림에 설렘인들 오죽하랴.
바람은 쉼 없이 가녀린 허리를 감싸 도니
애틋한 설렘과 수줍은 떨림에 
잠시를 못 참고 시종일 안절부절.
사랑의 괴로움에 봄날은 간다.
  
(2018. 3. 21. 운길산 세정사 계곡에서)

.

.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