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황경춘]


건강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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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2018.03.28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세 이하 유소년들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통계청이 발표하며, 이 흐름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해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나돌기 시작한 ‘인간 100세’ 시대의 도래를 실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막연한 ‘100세 인생’보다 ‘건강 100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까지 비교적 건강한 몸으로 90줄 중반에 들어선 제가, 갑작스럽게 닥쳐온 여러 건강문제로 약 한달 가까이 고생한 끝에,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43.5%가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배우자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의 경우 이 숫자는 55.0%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즉 개인차는 있지만 노인들의 약 반은 우리나라 남녀 평균수명 81.8세 이전 수 년 동안 건강문제로 고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20여 년 전, 아스피린 부작용으로 1주일 입원한 것이 생애 첫 입원 경험이었을 만큼 큰 병을 모르고 90 인생을 보냈습니다. 지난 2월 초, 갑자기 오른 발가락에 심한 통증이 생겨 동네 병원에 갔더니, 뜻밖에도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특히 야간에 통증이 심해 반년 가까이 중단했던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서는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2주일 정도의 치료로 통증은 일단 가라앉았지만, 얼마 후 이번에는 왼쪽 발가락에 통풍이 나타났습니다. 먼젓번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재발 기미가 있던 그날로 병원을 찾아 비교적 가볍게 치료를 끝냈습니다.

이렇게 한 달 사이에 두 번 찾아온 통풍은 약으로 어느 정도 다스렸지만, 그 통풍으로 인한 운동 부족 등으로 여러 건강 이상이 생긴 것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 3 주일, 거의 거동을 하지 않고 침대와 식탁, 그리고 소파 사이만을 오가는 최소한의 움직임 때문에, 나이 많은 몸 기능의 쇠약이 뚜렷하게, 그것도 급속히 나타났습니다. 수면장애에 위장 탈과, 체력과 기력의 쇠퇴가 하루가 멀게 달랐습니다. 기력의 감퇴는 모든 의욕상실에 직결되었습니다. 게다가 통풍 치료에 필요한 식사 제한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담백질 섭취는 주로 우유와 계란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평소 육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생선에도 제한이 많았습니다.

약 한 달 사이에 변한 자기 몸을 두고 많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사람의 몸이란 이렇게 간단히 무너질 수 있는 거구나 하는 허무감이 맨 먼저 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2월에는 민족의 최대 명절의 긴 연휴가 있었고, 국내에선 30년 만의 올림픽이 있었습니다. 선친의 기제사와 제 생일도 있었습니다. 신문을 자세히 읽지 않아서 늦게 알았지 만, 이 달에는 언론계 친구 4명이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습니다.

춘3월이라 많은 사람이 반기는 3월을 저는 이런 환경 속에 맞았습니다. 제 과거에 3월은 유별나게 기억에 남는 사건이 많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병마로 고생이 시작된 한 달 반 뒤에 받은 정밀검사에서 담당의사도 놀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통풍의 발병 근원으로 알려진 혈중 요산(尿酸)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것도 정상치 상한선을 훨씬 넘었던 수치가 정상치 하한선가까이까지 떨어진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의사는 말했습니다. 인터넷에서 통풍에 관한 지식을 많이 얻은 저도 깜짝 놀란 결과였습니다. 고령자의 경우 통풍 치료 후 요산이 정상치로 돌아오는 예가 가끔 있지만, 젊은이의 경우 한 번 통풍에 걸리면 거의 평생 요산 억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글도 읽어 알고 있었습니다. 체력과 기력도 갑작스럽다 할 정도로 급속히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20여 년 계속해 오던, 기침(起?) 후 이를 닦은 뒤 침상에서 하던 가벼운 스트레칭 운동과 지압 등 일과를 통풍에 걸린 후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 체력 약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 집에서 현관까지 40계단을 걸어 신문을 가져오던 일을 하지 못한 것도 물론입니다..

이제 이 두 가지 일과도 다시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걸음걸이를 비롯한 거동에 많은 조심을 하고,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모처럼 동네 가까운 식당에 지팡이 도움 없이 걸어가 회식도 했습니다. 다섯 살 터울의 동생과 한 달에 한 번 갖는 점심 모임도 지난달에는 중단했다가 이번달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 상태면 매년 아이들과 갖는 4월의 봄꽃놀이에도 무난히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기고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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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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