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해자,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


나도 가해자,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


  우린 모두 미세먼지의 피해자다. 주범은 중국이다.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조리·운전·전자기기 사용·난방 등 일생 생활 대부분이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우린 한편으로 가해자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다. 중국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수없는 이유다. 아이들에게 평생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우울한 세상을 물려줄 순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생활 속 변화가 절실하다.


미세먼지 당신도 가해자 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 내가 만든 미세먼지 추적해보니


주차딱지 한번 끊은 적 없는 바른생활 직장인 반공해씨(33·가명)는 오늘도 마스크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도심 회사까지 지하철로 15개 정거장. 약 50분이면 가지만 반씨의 선택은 자가용이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일도 귀찮고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가면 사무실 책상에 앉았을 때 힘이 빠진다. 


평범한 출근길이지만 반씨는 1시간 사이 미세먼지의 원인제공자가 됐다. 자동차와 건설기계 등 교통부문 대기오염 물질 배출은 전체 미세먼지 발생 중 37%를 차지한다. 



관련기사

Dhaka again ranked world’s most polluted city 방글라데시 다카 또다시 세계 최고 오염도시 오명

http://conpaper.tistory.com/64860

edited by kcontents

승용차 한대는 평균 1분에 230g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1일 10㎞를 주행하면 2.3㎏. 1개월(20일)을 운행하면 46㎏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정화시키는 데 소나무로 따지면 90만4400그루가 필요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기류가 국내에 정체되는 시기 자동차의 초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평소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다. 


차를 구입한 지 10년이 넘은 반씨는 2008년식 경유차로 매일 최소 약 26㎞ 출퇴근길을 달린다. 반씨의 차처럼 오래된 경유차는 최신 경유차나 휘발유 차보다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올해 환경부가 시행할 예정인 친환경차량 등급제에서도 낮은 등급에 속한다. 서울시는 등급제 시행에 맞춰 낡은 경유차를 도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경유차 진입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추세다.


회사 점심시간, 반씨의 사무실은 텅 비어있지만 모든 전원은 '온(On)' 상태다. 컴퓨터부터 형광등까지 누구도 전원을 끄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직원이 퇴근하면서 전원을 그대로 켜두고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전기 낭비도 미세먼지 발생을 초래한다.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사용하는 데 그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유기화합물 등은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에 큰 요인이다. 


경기도 과천시 남태령고개를 지나는 경유 차량이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 사진=뉴스1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같은 오염원을 상세하게 조사해 최적의 배출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전략에는 전기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빠질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퇴근하자마자 반씨는 집안 난방 온도를 올렸다. 꽃샘추위가 몰려오면서 아이들이 혹여 감기라도 들까 걱정되는 마음에서다. 한파가 심했던 지난 겨울 난방비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난방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난방이 교통부문 만큼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 미세먼지 배출량의 39%가량이 난방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보일러는 초미세먼지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85~173ppm 가량 배출한다. 오래된 가스보일러일수록 오염물질 배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안에는 설치한 지 10년이 넘은 보일러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반씨지만 미세먼지 문제에서는 이렇게 의식하지 못한 채 가해자가 된다. 습관처럼 편하게 하던 일들이 오늘도 미세먼지 ‘나쁨’ 지표를 만들지만, 반씨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렇듯 마스크를 쓰면서도 스스로 가해자란 사실을 매번 인식하지 못한다.

김경환 기자, 진달래 기자 머니투데이 

kcontent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