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쏜 ‘소화탄’에 반경 8m 불 꺼져


드론이 쏜 ‘소화탄’에 반경 8m 불 꺼져


산불 잡는 ‘산불 소화탄’

국립산림과학원 개발


   상공 50m를 비행하는 드론에서 산불 발생 지점으로 물체가 떨어진다. 그러자 펑 소리와 함께 연기와 거품이 불 위를 뒤덮는다. 반경 8m 안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이 순식간에 꺼졌다.


3월 16일 진행된 소화탄 진화 성능 테스트 현장. 드론에 무게 20kg의 소화탄이 실려 있다.-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제공



드론이 떨어뜨린 물체는 화약탄 원리를 이용해 만든 ‘산불 소화탄’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는 드론으로 하늘에서 투척해 산불을 진화하는 소화탄을 개발했다. 2016년 처음 개발한 이후 계속된 개선 과정을 거쳐 16일 포천 산불연구 종합실험동에서 진화 성능을 테스트했다.


소화탄은 화약을 이용한 폭탄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폭발하는 힘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소화약제를 멀리 퍼뜨린다. 소화탄 안에 있는 초음파거리센서는 실시간 고도를 파악해 지표면에서 약 5m 상공에서 소화탄이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폭발하면 물과 황산암모늄, 인산나트륨 등이 섞여 있는 소화약제가 쏟아져 나온다. 온도를 낮춰 불을 끄는 효과와 함께 진화 후, 식물이 잘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비료 역할까지 한다. 이날 진행된 진화 성능 테스트에서 무게 20kg짜리 소화탄 하나로 반경 8m 범위의 불을 진화했다.


소화탄이 터지면서 소화약제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제공



소화탄이 터지면서 나오는 것은 소화약제 뿐만이 아니다. 미세한 거품도 함께 만들어진다. 거품은 나무 등에 달라붙어 불이 붙지 않도록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박사는 “야자수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인 팜유를 활용해 거품이 나도록 만들었다”며 “숲에 투척하더라도 나무와 토양 등이 오염되지 않게 친환경 원료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소화탄은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지는 봄철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스텐바이’할 예정이다. 올해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은 3월 15일에서 4월 22일까지로 평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겨졌다. 고온·건조한 날이 많고,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올 봄 기후 전망에 따른 변화다. 


실제 최근 10년 동안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에 발생한 산불은 144건, 피해 면적은 294ha로 연간 산불 건수의 34%, 피해면적의 49%를 차지한다. 특별대책기간 중 특히 전반기(3.15~4.1)는 평년보다 기온이 더 높고 건조한 날이 이어질 전망이라 대형산불이 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산림청에서는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 동안 산불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또 민간 인력 2만 명을 고용해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감시하고, 산불이 일어나면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GPS단말기를 지급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운영하는 산불위험예보시스템. 지역별 실시간 산불위험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도 운영한다. 웹사이트(http://forestfire.nifos.go.kr)에 접속하면 행정구역별 실시간 산불위험등급, 대형산불위험 예보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산불위험등급은 지형과 나무 종, 기상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데 매우 높음, 높음, 보통, 낮음 4단계로 예보한다.


이병두 박사는 “보통 산불은 강원도 등의 지방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지만 서울 및 수도권에서 발생 빈도가 더 높다”며 “이는 산불 발생 원인의 90% 이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원도와 경상도 등 산간 지역은 인구 밀도가 낮은 대신, 산불이 한 번 나면 불길이 삽시간에 번져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pungnibi@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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