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풍력발전, 되레 환경 훼손 딜레마
친환경 풍력발전, 되레 환경 훼손 딜레마
"산사태 났던 곳에 산 깎고 발전기 세우나"
풍력발전 단지 들어선 영양군, 주민들 반발
환경부도 제동
재생에너지 비중 높이려는 文정부 정책, 진퇴양난 빠져
"15년 전에 산사태가 났어요. 집 5채가 반파되고 우리 마을이 고립됐습니다. 이런 산사태 위험 지역에 산을 깎고 풍력발전기를 세우다니요?"
15일 20가구가 사는 경북 영양군 양구리 마을. 백두대간 줄기에 들어선 이 마을 인근에는 높이 약 100m, 날개 지름이 50m인 풍력발전기가 산 능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마을 주민들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서 산이 마구 깎이고 산림이 훼손돼 산사태가 우려된다" "겨울이면 풍력발전기에서 얼음이 떨어져 인근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적도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영양군 일대는 2008년부터 국내 대표적인 풍력발전 단지가 조성됐다. 영양풍력·GS풍력 등 대규모 풍력 단지가 밀집돼 현재 59기(115.5㎿)가 가동하고, 27기(99.0㎿)는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
15일 경북 영양군 풍력발전단지에 산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영양군은 양구리에서만 11기가 시범 가동 중인 것을 비롯, 현재 풍력발전기 59기가 가동되고 있다. 일부 주민은“산을 깎고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자연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효인 기자
하지만 태양광발전과 함께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꼽히는 풍력발전은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송재웅 풍력단지 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 사무차장은 이날 "풍력 업체는 (산사태 우려 등)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환경부가 나서 논의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환경부도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잇따라 풍력발전 건설에 제동을 걸고 있다. 당초 양구리 풍력단지엔 풍력발전기 22기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1~11호기는 이미 시범 운행을 시작했지만, 나머지 12~22호기는 지난해 11월 공사가 중단됐다. 산림 훼손 등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날 양구리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진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앞으로는) 환경적으로 덜 민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풍력발전소 입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산 능선이나 생태등급 1등급 지역은 (풍력발전기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지키겠다는 원칙"이라고도 했다. 풍력발전이 보전해야 할 환경까지 훼손하며 설치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문재인 정부로선 '딜레마'적인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 따르면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올린다는 게 이 계획의 골자다. 풍력발전의 경우 2016년 기준 1.2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17.1기가와트로 14배 넘게 발전량을 늘리겠다는 게 이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전국의 풍력 발전 현장에서는 환경 훼손 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환경부 제동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산자부 관계자는 "주무부처 입장에서는 (풍력 발전소 발전이) 잘되는 게 당연히 좋다"면서도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 소관이라…"라며 말을 아꼈다.
환경부는 이날 "현재는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내준 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데 앞으로는 이 순서를 바꿔 환경영향평가부터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 훼손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6/20180316001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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