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봄바람 부는데...


해외 수주 봄바람 부는데...

남는 장사일까?


작년보다 수주 잔고 많이 줄어들어

기존 공사 리스크도 실적의 발목잡고 있어


  연초부터 해외 수주 소식이 잇따르며 해외건설 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해외 수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015년 완공한 아랍에미리트(UAE) 애드녹 리파이닝 정유공장(RRE) 프로젝트.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국내 건설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주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 뒤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1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78억7300만달러(약 8조4000억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9억7500만 달러)보다 165% 늘었다.




해외 수주는 텃밭인 아시아와 중동에서 급증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시아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14억 달러)보다 196% 증가한 43억달러어치를 수주했고, 중동에서는 132% 증가한 28억달러어치 공사를 따냈다.


공종별로 살펴보면 산업설비 분야에서 106% 증가한 34억달러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토목과 건축에서도 각각 207%와 371% 증가한 26억달러와 18억달러를 수주했다. 아직 연초다 보니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지만, 출발이 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공사비가 가장 큰 수주는 삼성엔지니어링의 6억8600만달러 짜리 사우디아라비아 에틸렌 글리콜 생산설비 공사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등도 1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공사를 땄다.


수주 상황은 좋지만, 해외건설 업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작년보다 수주 잔고가 많이 줄어든 탓에 구조조정 위기감이 생겼고, 기존 공사의 리스크도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3조869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른 건설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은 수주 감소를 견디기 위해 매년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 기회를 기다린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여럿 봤다”며 “해외 사업을 어둡게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건설 실적이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저가로 수주했던 공사가 아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지만, 해외 부실 문제가 불거지며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4분기 모로코에서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 드러나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본전 장사에 그쳤다. 아랍에미리트(UAE)서 1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여파다. 지난해 4분기 10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GS건설의 국내 매출총이익률은 16.7%였지만 해외는 12.6%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집트에서 809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공사는 여전히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는 불투명한 사업”이라면서 “그렇다고 완전히 버릴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건설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을 완전히 접어버리면 미래에 수익성 좋은 물량이 대거 발주되는 시기가 올 경우 구경만 할 수도 있어 손 놓고 포기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건설회사들이 수익성 위주로 수주한다고 하지만, 저가 수주를 했던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실패 연구도 없었고, 교육이나 훈련도 없었던 데다, 쓸만한 인재는 해외 업무를 꺼리는 현실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아직 해외 건설 전망을 밝게 보지 않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해외 수주는 작년보다 늘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시 수익성 심사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실제 해외에서 큰 수익을 낸 건설회사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여전히 낮은 유가와 중국 및 유럽 업체의 공세 등을 볼 때 해외 수주가 과거 전성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최근 해외 건설 시장에서 자금 조달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만큼 국내 건설사들도 금융 경쟁력을 갖춰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4/2018031401355.html#csidx29ff64efde257e4bb2dd1de677bc8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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