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인 어 블루문 [김창식]


원스 인 어 블루문 [김창식]

www.freecolumn.co.kr

원스 인 어 블루문

2018.03.08

지난 1월 13일자 신문(중앙일보)에 실린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1982년 이후 36년 만에 수퍼문, 블루문, 개기월식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밤하늘을 서울 근교에서 관측할 수 있다.' 범상치 않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시작한 기사의 마지막은 이러합니다. ‘수퍼문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크게 보이는 달을 말한다. 블루문은 보름달이 한 달에 두 번 뜰 때 두 번째 뜨는 달을 가리킨다. 블러드문은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이다. 다음 수퍼 블루 블러드문은 2037년에 나타난다.’

수퍼문이야 특별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에요. 블루문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이 첫 번째 뜨는 달보다 더 푸른색을 띠거나 하지는 않아 색깔과는 무관한 명칭이거늘 왜 블루문이라고 했을까?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수행비서

수퍼문(네이버 이미지)

(네이버 지식백과)를 통해 알아보니,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월초, 월말) 뜨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달의 위상변화주기는 29.5일), 그럴 경우 두 번째 뜨는 달을 불길한 것으로 여겨 블루문(재앙의 달)이라 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는 것이에요.

'그럴싸 그러한지' 참으로 그러합니다.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을 보는 경우는 흔치 않죠. 그로부터 파생된 영어 숙어가 ‘원스 인 어 블루문(Once in a Blue Moon)’입니다. '매우 드물게(very rarely)'라는 ‘특이한(singular)’ 뜻을 갖고 있다고 하는군요. ‘황금광시대(黃金光時代)’ 서울 구석(지금은 최첨단 중심지) 어딘가에 있었던 분위기 있는 재즈 바의 이름이었다고도 합니다. 확인되었거나 널리 통용되는 가설은 아니지만 ‘지역개발야사(地域開發野史)’에 기록된 자료에 따르면 말이에요. 지금은 그 술집이 문을 닫았다나 어쨌다나.

그날 밤 9시경 바깥마당(도시에 마당이 있기나 한 것인지?)으로 달을 보러 나섰습니다. 을씨년스런 고가(高架)크레인 끝에 달이 걸려 있어요. 아직 붉은색이 완전히 침습하진 않아 귀퉁이가 일그러진 달이었지요. 드물게 감상하는 천체 현상이라 신비하기도 했지만, 계수나무나 방아 찧는 토끼 형상은 눈 뜨고도 찾아볼 수 없어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망연한 시름에 잠겼죠. 추운 줄도 모르고.

저 달이 정말 평상에 누워 보던 휘영청 그 달이 맞나? “강강수월래~” “떴네 떴네~ 둥근 달이 떴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언뜻 ‘카톡!’ 소리가 상념을 깨워요. 발 빠른 누가 그새 달을 촬영해 ‘단톡방’에 띄어 놓았더라고요. ‘달의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근데 그 지인 이름이 공교롭게도 ‘미월’이었답니다. 참, ‘미월(未月)’, ‘미월(微月)’이 아니라 ‘미월(美月)’요!

다시 블루문을 보러 나갑니다. 실제로 푸른 달이 떴었다고 하네요, 산불이 났을 때(1950년 스웨덴, 1951년 캐나다), 또 화산이 터졌을 때(1883년 인도네시아) 블루문이 관측됐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보다는 ‘화산재로 인해 푸르스름하게 변색한 달’이 아무래도 보통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군요. 신산하고 우중충한 우리네 삶의 표징(表徵)인 듯해서입니다. 모두가 잠드는 새벽녘 시린 밤하늘을 건너는 창백한 달은 우리를 내려다보며 울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