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직격탄 맞은 재건축 아파트 초기 사업자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직격탄 맞은 재건축 아파트 초기 사업자들


주차 열악해도

관리처분계획안 내도 재건축 어려워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초기 사업자부터 후기 사업자까지 '시간차 압박'에 들어가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강남 집값 안정을 이유로 전국 재건축을 옥죄는 정책이라며 항의 집회 및 소송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주차난이 심각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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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사업자들은 국토교통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국토부는 지난 2일까지 10일 간 행정예고를 거친 안전진단 강화 방안을 5일부터 적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행정예고 기간 중 제출된 의견을 반영해 주거환경 분야 평가항목 가중치를 조정한 게 당초 강화 방안과 달라진 내용이다. 국토부는 주거환경 분야 평가항목 가운데 '소방활동의 용이성' 가중치를 기존 17.5%에서 25%로 높이고, '세대당 주차대수' 항목도 20%에서 25%로 확대했다.




가구당 주차대수 등급 평가기준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최하위인 E등급을 받으려면 주차대수 규정의 40% 미만이어야 했으나 60% 미만이면 E등급을 받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그렇다고 주차대수가 가구당 0.6대 미만이라고 해서 단순히 E등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상 주택단지는 가구당 차량 1대 이상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하지만 전용면적 60㎡ 이하인 경우에는 가구당 0.7대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주거환경 평가 요인도 변수다. 소방과 주차 부문에서 모두 0점을 받는다고 해도 나머지 50점 가운데 20점이 넘게 나오면 주거환경 평가 등급은 D등급 이상을 받게 된다. 열악한 주차장 문제 만으로는 재건축이 불가능한 것이다. 정부 발표와 달리 여전히 재건축의 길은 험난한 셈이다.


이에 재건축 초기 사업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주민 동의(10%) 후 안전진단 신청, 구청의 현장 실사(예비안전진단), 안전진단 업체와의 계약, 안전진단 순으로 이뤄진다. 새 기준을 적용 받지 않기 위해선 업체와의 계약까지 완료돼야 한다.

예비안전진단을 끝낸 단지들은 최근 '벼락치기'로 안전진단업체 입찰 공고를 냈으나 이들 역시 희비가 갈린 상황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 달 20일 국토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발표 후 이날까지 정밀안전진단 긴급 입찰공고를 낸 단지는 총 21곳이다. 서울 일대는 물론 부산, 광주광역시, 김해시 등 지방에서도 속속 참여했다. 


이 가운데 입찰 마감일을 지난 2일로 정한 강동구 현대아파트ㆍ상일우성타운,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아파트ㆍ우창아파트ㆍ광장아파트(28번지) 등은 지난 2일 낙찰자를 선정, 해당 업체와 계약까지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각각 한국건설안전협회(사), 한기엔지니어링, 삼림엔지니어링, 양지E&C, 한국재난연구원(재) 등과 정밀안전진단에 나선다. 그러나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강남구 도곡동 개포5차 우성아파트, 개포4차 현대아파트 등 대부분 단지는 5일 이후 입찰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 받게 됐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양천발전시민연대' 등은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지난 3일에는 목동에서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앞서 서울 강동구 일부 재건축 단지들 역시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명을 내는 등 공동 행동에 들어갔다. 


재건축 후기 사업자들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올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따른 부담금이 얼마일지, 재초환을 피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구청에 관리처분계획을 제출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들은 재초환 대상이다. 정부는 연초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폭등이 이어지자 재초환 부담금이 최대 8억원을 넘어선다는 내용의 '부담금 시뮬레이션'도 발표했다.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사이에서 해당 단지가 어디인지, 계산의 기준 시기가 언제인지 등에 대해 논란이 거셌다. 일부는 재초환 위헌 소송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을 제출해 재초환을 피한 단지들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토부가 강남권 구청에 '면밀한 재검토'를 요구한 데다 구청의 인가 여부와 관계 없이 서울시가 행정력으로 이를 되짚어볼 여지가 남아 있어서다. 


'이주 시기 조정' 역시 재건축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의 남은 카드다. 서울시는 지난 달 송파구 미성ㆍ크로바아파트(1350가구)와 진주아파트(1507가구)의 이주 시기를 각각 7월, 10월 이후로 조정했다. 서초구 주요 단지들도 이달 이주 시기 검토에 들어간다. 인근 지역 전월세난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서울시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이를 통해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 들어 주단위로 0.7~1.1% 급등하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안전진단 강화 발표 후 0.1%대 상승으로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재건축 과열을 잡을 묘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단기 관망세가 가능하나 공급이 줄어든 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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