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적 '스파이 대장'에게 작전지역 보여주고는 "정보 노출 없었다"

국방부, 적 '스파이 대장'에게 작전지역 보여주고는 "정보 노출 없었다"

20여km 거리를 시속 40km 속도 주행
군사시설 충분히 파악가능
김영철, 스파이마스터(Spymaster)로 통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방남하면서 1사단 작전 지역 내 도로를 이용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으로 돌아가는 김영철·리선권 차량
출처 머니S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진교 주변에 포병·전차부대 등이 있는데, 군사정보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영철 일행이 탄)차량 속도와 이동 경로를 생각하면 군사정보가 노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를 타고 빨리 이동했기 때문에 주변 지형과 군사 시설물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김영철 일행이 지나간 도로 주변에 군부대와 시설물이 있다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하지만 외형만 보고서 부대 특성이나 규모 등, 특별한 정보를 획득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말 그랬을까. 김영철 일행은 25일 아침 10시 15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출발해 10시 44분쯤 전진교를 통과했다. CIQ에서 전진교까지 거리는 20여km로, 이동 시간(30분)을 고려하면 평균 시속 40km로 운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 안에서 주변 지역을 살피기에 충분한 속도다. 특히 김영철은 외신으로부터 ‘스파이마스터’(spymaster)라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북한군 장교 출신인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은 “정찰총국장 출신인 김영철은 접경지역 지도를 아예 암기하고 있을텐데,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며 “김영철을 따라온 수행원들도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이동하면서 본 것을 종합하면 상당한 군사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교 경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대교가 아닌 전진교로의 우회를 언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통일대교를 통한 통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서 관계부처 협의로 당일(25일) 오전 이동로를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원장실 관계자는 “국방부와 통일부는 전진교 방향으로 이동하는 계획을 사전 준비도 없이 당일에 협의해 결정했다”며 “보안성 검토 등 준비가 전혀 없었다. 무방비상태로 작전지역을 열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애초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철야 농성 계획을 밝혔던 만큼, 사전에 김영철 일행 수송과 관련해 ‘플랜B’를 세웠어야 했다”며 “현 정부의 준비성 부족과 안보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은 “엄연히 적을 이롭게 한 이적행위를 했다”면서 “그럼에도 국방부는 ‘지방도 372번 일반도로를 이용한 것’이라며 김영철 행적 물타기에만 급급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김영철은 우리 정부의 생각지 못한 과도한 친절에 군사구역 시찰이란 횡재까지 얻었다”면서 “과연 이 나라에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이 존재하는가”라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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