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호텔


병원과 호텔

김진영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병원과 호텔, 겉으로만 보면 서로는 완전히 다른 업종이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교대 체제로 쉬는 날 없이 고객을 상대하면서 식사와 수면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병원과 호텔은 제법 비슷한 업종이다. 실제로 호텔(Hotel)과 병원(Hospital)이라는 어원은 `순례자나 나그네를 편하게 모시는 곳 또는 그러한 시설의 주인`이라는 의미의 같은 단어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탁월한 환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안락한 주거 공간뿐 아니라 환자복이나 이불 등 리넨(면류나 화학직류로 만든 타월, 냅킨, 시트, 담요, 유니폼, 커튼, 도일리(Doily·작은 깔개) 등)이 가진 습도 관리까지 환자의 쾌적성에 힘쓰고 있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맛과 서비스를 넘어 노화 방지, 해독, 비만 예방 등 병원을 능가하는 건강 배려 음식이나 라이프스타일 제공에 정성을 다하는 호텔 등 서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는 팽팽한 긴장감이 더 병원답다고 생각해 왔던 병원은 `안락함과 부드러움`이, 맛과 서비스만이 최고의 찬사였던 호텔은 `건강이라는 코드`가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그런 연유로 최고의 서비스로 지명도가 높은 5스타 호텔 브랜드는 친절함을 넘어 `신앙 수준의 서비스`를 모토로 병원업으로 확장하거나, 투숙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요구를 한 번에 지원해주는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전면 도입한 병원이 속속 생겨나는 등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서로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철저히 `고객의 관점`이었을 때만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원칙이 있다. 즉, 호텔이든 병원이든 스스로 안전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인스펙션(Inspection·서비스나 시설물의 물리적, 기능적, 환경적 이상상태를 사전에 발굴해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점검)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는데, 이 인스펙션도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이어야만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고객이 눕는 곳은 반드시 누워봐야 하고, 고객이 앉는 곳은 앉아봐야 하며, 고객이 먹는 것을 같은 조건에서 먹어봐야 고객의 눈에 보이고 읽히는 것이 제대로 점검되고 개선되어 비로소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원리인 것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보되,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실행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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