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중남미 건설시장 리스크와 기회요인


2018년 중남미 건설시장 리스크와 기회요인

해외건설협회 미주인프라협력센터 정성원 센터장


   지난달 2018년 중남미 건설시장 전망에 대한 내용을 기고한 바 있다. 올해 중남미 건설시장은 다수의 대내외 변수가 작용하며, 국가별 정치·경제적 상황이 판이하여 예측하기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듯하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올 한해 중남미 건설시장의 위험 요소와 기회 요인에 대해서 세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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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리스크와 기회 요인이다. 작년 보호무역주의를 제창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시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고 있다. 특히 NAFTA 재협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남미 건설시장은 대부분의 주요 프로젝트 재원을 미국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고 있어, 자칫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인프라 시장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염려도 제기된다.




한편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NAFTA 재협상에서 최악의 경우, 해체까지 가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며, 실제로 2017년 멕시코 자동차 수출량은 2016년 대비 1%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최근 중남미 각국은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채우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건설시장에서도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ENR 자료(The Top 250 International Contractors)를 살펴보면, 중국 기업의 중남미 건설시장 점유율은 2014년 4위에서 2015년 3위, 2016년에는 스페인에 이어 2위까지 오르며 매년 한 단계씩 상승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중남미에서 자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파나마 운하를 대체하는 총사업비 120억불 규모의 브라질-페루 연결 철도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의 역할 확대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항마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 확대는 중남미 경제 전체로 봐서는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건설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최근 해외건설시장에서 중국 건설기업의 공격적 수주 행보는 우리 기업에 큰 위협 요소이다. 중국 기업은 자국 정부의 공격적인 파이낸싱 지원과 저가 공세로 단단히 무장하여 중남미 건설시장에서 점유율을 매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남미 내에서는 중국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이 무리하게 사업을 수주하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일부 사업은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발주처와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프로젝트 위주로 타당성을 검토하고 사업 참여를 모색한다면 분명히 기회는 열려 있다.


세 번째는 PPP 프로젝트 확대이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는 부족한 예산을 보완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PPP 제도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중남미 각국 정부는 대선공약이나, 주요 인프라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부분 PPP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초대형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언뜻 보면 많은 기회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나, 우리 기업의 해외 PPP 사업 경험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더욱이 중남미에서의 공사 경험은 아직 많지 않아서 우리 기업이 단독으로 참여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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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P 사업의 복잡성과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중남미 건설시장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스페인 기업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PPP 사업은 민간이 선 투자하여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여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참여를 검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수년 전 발표된 사업이 몇 년씩 지연되고 시작도 못 한 사업들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중남미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부에서 발표하는 PPP 인프라 사업의 규모에만 현혹되지 말고 정확한 시장조사 및 수요예측, 정부의 인프라 장기 플랜과 추진 의지 등을 꼼꼼히 따져서 선별 참여를 추진해야 한다.


최근 중남미에서 추진되는 주요 PPP 프로젝트 중 사업 참여를 검토할 만한 분야는󰡐철도·메트로󰡑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을 기반으로 주요 중남미 국가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 왔으나, 한편으로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과거 선진국이 겪었던 수도권 과밀화와 심각한 도심 교통체증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해 도시철도(메트로)나 수도권과 연결되는 도시 간 철도 사업은 중남미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며,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철도 프로젝트를 수없이 경험한 우리 기업에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PPP 사업이다.


마지막으로 부정부패와 정치 리스크이다. 두 이슈는 중남미 시장을 분석하다 보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며, 어떻게 보면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사안은 매우 심각하며, 건설시장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조금 더 신중히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5년 브라질에서 Lava Jato(라바 자투)라 불리는 국영석유회사(페트로브라스) 뇌물사건 수사를 시작으로 각종 스캔들에 고위급 정치인이 연루되면서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였다. 이어서 브라질 최대 건설사인 Odebrecht(오데브레시)의 중남미 건설사업 뇌물제공 사실이 드러나면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파나마, 에콰도르 등 중남미 주요국 정치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Odebrecht사가 수주한 사업에 대해서는 모두 중단 조치가 내려지거나, 시장에서 영구 퇴출을 당하였다. 2015년 중남미 시장에서 브라질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5%에 달한다. 그런데 Odebrecht 뇌물 사건을 계기로 Odebrecht 뿐만 아니라, 브라질 주요기업 그리고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현지 기업까지 조사받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각국 정부는 향후 공공사업 입찰 금지 조항을 내걸겠다는 입장이다.


중남미에서 활동영역이 넓지 못했던 한국 기업에 이보다 좋은 환경이 앞으로 펼쳐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지금 중남미 각국 정부는 Odebrecht가 참여했던, 그리고 참여하고자 하던 사업에 대한 신규 사업자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가 중남미 시장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브라질 기업이 남긴 빈자리 일부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중국, 프랑스 등 중남미 건설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던 기업들은 작년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 Odebrecht가 운영하던 인프라 사업 중 옥석을 가려 사업 인수를 준비 중이다.


종합적으로 2018년 중남미 건설시장 규모는 성장이 예상되나, 다수의 리스크 요인도 병존하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정국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브라질과 멕시코 등 주요 국가의 대선이 올해 치러질 예정이며, Odebrecht 뇌물 수사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남미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과 국제 유가가 작년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광산개발과 석유탐사가 다시 활기를 찾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대형 인프라 사업 착수도 2019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중남미 시장을 내년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인가? 우리 기업의 경쟁국인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중국기업은 이미 작년부터 중남미 건설시장 진출에 발 벗고 나선 상태이다. 우리 기업도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중남미 건설시장을 제대로 분석하고 주요 발주처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간다면, 앞으로 활발하게 전개될 중남미 인프라 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데일리해외건설  webmaster@i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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