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돈신잡2-쿠오바디스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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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돈신잡2-쿠오바디스

2018.01.11

‘알쓸신잡2’가 일부 출연진이 바뀐 채 방영되다 최근 종영하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편승해 청와대에서는 ‘청쓸신잡’이라는 패러디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방중 뒷얘기를 홍보하기도 했죠. 엄중한 외교적 현실을 부박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논란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자유칼럼에서도 ‘알돈신잡(알고 보면 돈 안 되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2를 진행합니다.

‘쿠오바디스(또는 쿼바디스. 이하 쿠오바디스)’는 폴란드 태생 헨리크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z, 1846~1916)의 소설입니다. 폭군 네로로 대표되는 고대 로마의 흉포한 압제 하 초기 기독교도의 고난을 그린 서사소설이지요. 우리에겐 소설보다 머빈 르로이 감독의 영화 <쿠오바디스(Quo Vadis, 1951)>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네이버 이미지)

 EBS TV 세계의 명화에서 되풀이 방영돼 올드팬이 아니더라도 영화 이름은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에요. 세기의 미남 로버트 테일러, 청순미의 대명사 데보라 커, 연기파 피터 유스티노프의 모습이 삼삼합니다. <쿠오바디스>는 코스튬 플레이의 대표적 사극으로 영화사에 찬연히 빛나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한 영화예요.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봅니다.

-네로 황제(피터 유스티노프)는 방탕하고 퇴폐적인 생활을 하면서 신흥 기독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시작한다. 전투에 큰 승리를 거두고 로마로 개선하던 군단장 마커스 비니키우스(로버트 테일러)는 축제에서 아름다운 리지아(데보라 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편 황후 포카이에는 비니키우스의 남성다움에 반하지만 리지아와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고 네로에게 기독교도들을 잡아 처형하도록 사주한다. 로마에 대 화재를 일으킨 네로는 그 죄를 기독교인들에게 씌운다. 로마가 불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비니키우스는 리지아를 구하기 위해서 로마로 달려간다. 신앙을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은 기독교인들의 희생을 통해 혼돈 속에서 우리를 지키는 것은 사랑과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네이버 영화)

‘쿠오바디스’는 라틴어 ‘쿠오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에서 '도미네(Domine, 주여)'를 생략한 말입니다. 우리말로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영어로는 ‘Where are you going, my Lord?’예요. 이 문구는 성경 요한복음에 나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내가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요한복음 13장 35절)

베드로와 예수의 만남은 영화 엔딩 시퀀스에 나옵니다. 베드로는 압제와 박해를 피해 로마를 탈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탄압받는 민중이 있는 로마로 되돌아 가 ‘십자가의 길’을 걸으려 하는 것입니다. 예수는 베드로에게 하늘로부터 빛과 음성으로 현신하여 깨우침을 준 것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이제는 저간의 사정을 알 만도 하련만 12사도 중 수석 제자인 베드로가 예수에게 "어디로 가냐?"고 천연덕스럽게 묻다니요? 

배신 때린 전력이 있긴 하지만 (예수 수난 때 첫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 나중 초대 교황으로까지 추대되는 베드로(피터)의 경우 없음은 주위를 허탈하게 합니다. 누구보다도 주군(主君)의 마음을 미리 살펴야 할 진중한 으뜸 제자가 혼자 피난길을 재촉하다니요? 보다못해 현신한 주인에게 그제서야 의도와 동선을 묻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요? 베드로는 이렇게 물었어야 합니다. “주여 (저더러) 어디로 가라고 (명)하시나이까?” 이어지는 말은, “(죽음으로 향하는 길일지라도) 저도 당연히 주를 따르겠나이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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