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혈전은 이제 그만! [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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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혈전은 이제 그만!

2018.01.09

작년 한 해는 개인적인 일에 급급했습니다. 곧 자유로이 걷지 못할 것 같은 절박감에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 가고 싶은 곳 다녀보자, 우선 유럽부터 다녀오자고 생각하여 겨울 초입에 토론토를 나섰습니다. 여행 중 다리처럼 의지했던 지팡이를 스페인 바라하스 공항 보안구역에서 빼앗겨 마음고생이 심했으나 취리히의 약국에서 다행히 다시 사 마지막 여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 여정 중에 대도시의 공항에서는 캐나다와 대한민국의 국적기인 에어 캐나다와 코리안 에어의 몸체를 항공사 라운지의 유리창을 통해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수십 년간 해외를 돌아다닐 때마다 이 두 국적 비행기를 보면 고향에 돌아간 사람처럼 마음이 푸근해지지만 이 두 나라의 국가를 듣게 될 때는 완연하게 다른 것이, 캐나다 국가를 들을 때보다 한국의 애국가를 들을 때 마음이 뭉클해지거나 울컥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그 무엇이 가슴 깊은 곳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작년 12월 말 우연히 2015년의 방송, 음악 예능 프로그램 ‘언제나 칸타레‘를 시청했습니다. 지휘자 금난새 씨와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짧은 기간(1~3개월) 숨 쉴 틈 없는 연습을 통해 시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물한 것입니다. 한강변에서 열린 2차 오케스트라 연주 프로그램 마지막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연주가 시작되자 한여름의 더위를 불구하고 참석했던 많은 청중들이 일어서서 엄숙하게 국가를 경청했습니다.

그 순간 마구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지요. 그전엔 애국가를 들으면 그저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것입니다. 이 눈물의 의미는? 건강 문제로 고생했지만 그 와중에 이사를 하였고, 또 부랴부랴 여행을 다녀오면서 울적한 심정은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기에 울 만한 이유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작년 한 해 예전과 같은 선행과 덕을 쌓지 못하고 내 것부터 먼저 챙긴 현실이 심히 언짢았기에 그 탓도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그래서 눈물을 흘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태어난 이후 조국의 현실이 이렇게 슬펐던 적이 없는 데다 이 타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처럼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것과 몸이 성치 못한 것을 원망해 본 적은 없습니다. 건강한 남자로 태어났다면 비록 안중근 의사 같은 위인은 못 됐을지라도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어 위태로운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대업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오래 했기 때문입니다. 일신과 가족의 안위가 걱정되어 나라가 어찌 되든 흘러가는 분위기에 동승하는 지성인 체하는 지성인들에 대한 불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프랑스 구국의 여전사 ‘잔 다르크’가 되지도 못하고 겨우 국내의 몇 보수 단체에 작은 성원을 보내는 정도, 비굴하고 건강하지 못한 내 모습에 환멸을 느낀 것도 있었으니 내 눈물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우리은행이 고객을 위해 만든 새해 달력에 북한 인공기를 그려 넣은 학생의 그림이 실린 것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그 학생의 스승은 누구였을까? 그 어린 학생은 스승으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설령 그 학생의 의도가 순수했다 하더라도 과연 우리 은행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달력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배포하는 일이 적절한가? 지금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쪽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공갈을 밥 먹듯 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일치된 의견으로 온갖 제재를 가하고 있는 이때 우리은행은 무슨 의도로 이런 그림이 실린 달력을 만들어 배포했을까? 우리은행에는 그런 걸 걸러낼 수 있는 책임자도 없는가? 은행조차 비굴하게 좌파 정부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가?

지금 한국의 정국은 복수극이 난무하는 난세입니다. 중국판 복수혈전을 무색하게 합니다. 도망가지도 않을 노령의 여성 대통령을 수감하고 재구속하는 것도 세계에 드문 사건입니다. 현직 검사가 자살하는 상황까지 몰고 가는 적폐 청산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그 적폐 청산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말 바꾸기를 지치지 않고 하는 비밀스런 정부, 그래서 신뢰할 수 없는 정부, 거기에 충동적인 부류의 시민단체들을 앞세워 분열을 조장하는 정부 아래서 적폐 청산이 과연 정의롭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나는 비록 교포이지만 한국의 보수파라고 말하겠습니다. 물론 민주국가이자 사회주의 성향이 가미된 캐나다에서는 좌파 성향이 있는(공산주의는 아님) 자유당 지지자이지만 금년 선거에서는 다시 보수주의 정당을 찍을 생각입니다.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을 모두 기득권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편견입니다. 또 한국 사회에 지금 기득권자가 아닌 사람이 있을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고, 한국과 같이 정권이 바뀌면 물고 뜯는 복수혈전은 없습니다.

관용과 화합이 없는 국가는 결국 갈등과 분열로 무너질 것입니다. 국민들이 소망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닙니다. 안전한 일상과 평화입니다. 한강변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음악과 같은 평화이지요. 부탁입니다. 한강변에 시드니의 음악당 같은 음악당이나 지을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겠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즐기며 더 이상 싸우지 말고 화합하자는 것이지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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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에 디자이너로 종사.
현재 구름따라 떠돌며 구름사진 찍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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