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7017, 눈 오면 애물단지..."설계 단계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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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7017, 눈 오면 애물단지..."설계 단계 부실"
제설차 못들어가 업무 과부하…눈 치워도 빙판길 `위험천만`
홍성걸 서울대 교수, 전기선 설치 등 결빙 막는 조치했어야
보행자 친화적 환경을 만들겠다며 지난 5월 개방한 '서울로'가 첫겨울부터 눈 치우기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설작업을 하기에 비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돼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한편 운영 인력도 혹사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로7017 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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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 19일 서울로에서는 짚으로 만든 카펫을 다시 말아 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24시간 서울로를 지키는 운영요원들은 "제설작업은 눈이 오자마자 해야 한다"고 했다.
눈이 보행자들에게 밟혀 다져지기 전 눈을 도로 양 옆으로 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로의 제설대책은 카펫이다. 일반 도로처럼 염화칼륨이나 염소, 모래 등은 뿌릴 수 없다. 교량이나 화단 아래 조명이 부식될 수 있고 고가 밑으로 가루가 날려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처 치우지 못한 곳이 얼어붙으면 고가 아래에서부터 카펫을 차량에 실어 운반한 뒤 도로 시작점부터 서울로 전체 통행로를 덮는다.
한 보안요원은 "그렇게 깔아도 2~3시간 이후면 다시 카펫을 말아 넣어야 한다"며 "물을 머금은 카펫이 얼어붙거나 눈이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요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곳곳에는 위험 요소가 남아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6시 기준 고가 콘크리트 바닥은 표면이 얼어 미끄러웠다. 만리동에서 회현역 방향으로 퇴근하던 직장인들은 "일반 길보다 훨씬 미끄럽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씨티빌딩 등 주변 고층건물로 생긴 그늘로 얼음이 채 녹지 않은 곳이 많았고, 곳곳에 위치한 원형 유리바닥이나 휴게실로 들어가는 입구 경사로도 '꽁꽁' 얼어 있었다. 이따금 임시로 고깔을 세워둔 곳이 있었을 뿐 보호장치나 안내 문구는 없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운영 인력들은 과도한 제설 업무 부담을 져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로 제설 작업은 모두 별도의 기계장비 없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꽤 넓은 길이지만 제설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서울로 제설작업의 비효율성에 대해 설계 단계에서의 부실함을 지목한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도로나 교량은 아래로 바람이 통과해 2~3도 낮은 온도가 유지된다"며 "결빙을 막기 위해 표면에 전기선을 깔거나 최신 재료인 전기가 통하는 재료를 사용했어야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 수습기자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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