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평화를 구걸해야 한다면? [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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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 평화를 구걸해야 한다면?

2017.12.11

북한이 지난달 말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평양 교외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이 정점고도 4,475㎞, 사거리 950㎞를 53분간 비행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또 “이제 핵 무력이 완성됐다. 핵 미사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며 기고만장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실제로 화성-15형이 경량화된 450kg 핵탄두를 싣는다면 최대 15,000km를 날아 미국 동부지역 타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결단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구에 닥칠 더 큰 위험을 예방키 위해 어떤 조치든 선제적으로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긴박감이 미국 내에 일고 있습니다. 대화를 위한 압박 외에 선제공격을 단행할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제적 군사 행동에는 만만찮은 대가가 따른다는 게 미국의 딜레마입니다. 100% 정밀하고 확실한 선제타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에도 북에도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지구촌 위기가 야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염려해 북에 대한 미군의 선제공격을 적극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안보대책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대북 경제원조라면 정말 희극입니다. 아니, 그런 비극이 없을 것입니다. 북에 대한 끊임없는 평화 구걸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유엔 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약 87억 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지금은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할 때이고, 국제 사회가 모두 동참해야 한다”며 문 정부의 엇박자에 불편함을 표시했습니다. 당장 우리 사회 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북이 인민을 굶겨 죽이며 모든 재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투자하는데 그 공격 대상인 남이 국민의 세금을 거둬 북 정권이 버려둔 인민과 유아의 건강을 돌본다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으로 우리의 안보가 확보되느냐는 점입니다. 지난 1일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일차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문 정부의 안보의식이라면 경악할 일입니다. 북의 무기 개발이 미국과의 전쟁을 위한 것인가요? 동포인 남을 향해서는 절대로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6·25동란으로 수백만 명이 살상되었고 온 나라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최근에도 군함이 폭침되고 서해안 도서 주민들이 폭탄 세례를 받았습니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북의 공격에 대비해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주민 대피훈련이 실시됐습니다. 정작 우리나라 안에서는 북핵과 미사일에 소 닭 보듯 하는 분위기입니다. 재래식 무기의 공격에 대한 주민 대피책도 일언반구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현 정부는 이전 한국 정부나 세계가 북에 취했던 외교적인 당근책은 실패였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진행 중인 경제 제재 역시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무역 제재를 들먹이며 중국에 대북 송유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고사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도 북핵을 인정해야 한다’며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3일자 더 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북은 모든 걸 희생하고 달성한 핵과 미사일 성과를 포기할 리 만무합니다. 중국으로서도 동맹관계인 북의 핵무장이 한미일 3국처럼 심각할 리 없습니다. 그러니 북핵을 인정하는 새 바탕 위에서 평화를 논의하는 게 더 현실적이 아니냐는 입장이지요. 세계의 온갖 회유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려 온 북의 노림수가 바로 이런 것일 겁니다. 이제야말로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전략 아래 대화 공세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의 변화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방향은? 북에 대한 온정과 지원으로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요. 중국에 대한 ‘3불1한’(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으며, 배치된 사드는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공약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당장 13일 시작될 한중 회담에서는 중국 측의 안전 보장이 아니라 우리 측에 대한 공약 이행의 압박 염려가 더 커 보입니다. 

오락가락하는 맹방 한국에 대해 미국은 또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까요. 지금과 같은 갈지자 구걸 외교로는 어느 쪽과도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없습니다. “사드 배치 반대한다고 흔들린다면 그게 동맹이냐?”고 희롱하면서 다급할 때만 찾는다면 기존 미국과의 안보동맹에도 기대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은 구한말의 그것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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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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