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 파산 위기?


경남 하동군 파산 위기?


덩치 맞지 않게 민자 유치 

1년 예산 4분의 1 물어줄 판 

불황에다 관리감독도 부실 

다른 지자체에 '반면교사'


   경남 하동군이 한해 전체 예산의 4분의 1인 900억 원가량(본보 5일 자 1면 보도)을 대우조선해양㈜에 물어줘야 할 처지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갈사산업단지(이하 갈사산단)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소송 1심 선고에서 패소(본보 12월 한데 따른 조치다. 하동군은 지난 4일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서라도 내년에 조기 상환하겠다고 군민들 앞에 밝혔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7% 남짓인 지자체가 1년 만에 이를 실행해 낼 지 주목된다. 치적에 목말라 앞다퉈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지자체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사태라는 분석도 적잖다.


경남 하동군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갈사산업단지 소송에서 패소해 한 해 예산의 4분의 1을 물어줄 형편이다. 

갈사산업단지 전경. 하동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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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사산단,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재정 기반이 열악한 지자체가 덩치에 걸맞지 않는 대형 사업을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추진한 게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예상치 못했던 조선 경기 불황이 겹쳤고, 관리 감독마저 부실해 이 같은 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를 맞았다.


하동군은 2003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가 지정된 후 금성면 갈사·가덕리 일대 561만㎡(육지부 244만㎡·해면부 316만㎡ 등)에 해양플랜트와 조선기자재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메머드급 프로젝트를 세웠다. 사업비는 공공자금 381억 원에 민간자금 1조 5589억 원 등 총 1조 5970억 원. 당시로선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장밋빛' 계획이었던 셈. 이어 하동군은 특수목적법인(SPC)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을 발족하고 2009년 9월부터 사업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2012년 3월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1단계 조성공사 시공을 맡았던 한신공영 측이 400여억 원대의 기성금 지급을 둘러싸고 시행자인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공정 30%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되면서 불행이 구체화됐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9월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토지분양계약을 체결했다. 분양대금 1430억 원에 갈사산단 20만 평을 2014년 12월 31일까지 제공받는 게 계약 골자였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산업단지 1단계 조성공사가 중단된 탓에 2014년 12월 말까지 계약 부지를 제공 받지 못했고, 이듬해 11월 하동군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분양계약금과 대위변제금 등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시행자인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이 2012년 5월 토지분양자로서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하동군에 이전하는 '분양자 지위 이전 합의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분양자 지위 이전 과정에서 당시 하동군 업무 담당자는 시의회 승인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는 지난 9월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당시 담당계장은 허위 공문을 자신의 전결과 대결(대신결재)로 작성해 대우조선해양에 발송했고,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5월 분양계약금 110억원을 납입했던 것. 또 대우조선해양은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이 1320억 원을 대출받는데 연대보증해 77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대형 사업 추진 타 지자체에 '경종'

갈사산단 사태는 선거를 의식해 무리하게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일선 지자체에 경종을 울린다.


하동 군민들은 "전문 지식이나 통찰력도 없이 맹목적인 '성과주의'에 매몰된 잘못된 행정의 표본이다. 지역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행정행위를 제대로 된 검증이나 통제 없이 '맘대로' 실행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갈사산단 사태는 사실 이제 시작이다. 공사 중단 후 20건에 달하는 각종 소송이 제기돼 4건이 아직 진행 중이다. 16건은 종료됐다. 이번 소송 외에도 하동군이 위법·부당한 행정처리로 군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우발채무도 1787억여 원에 이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공영 공사대금 관련 423억여 원, 어업권손실보상 관련 383억여 원, 삼미건설과 대호산업 채무보증 관련 112억여 원 등이다.




하동군은 전임 군수를 비롯한 당시 담당 업무 공무원, 하동지구개발사업단 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하동군청 한 공무원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는 다른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고 지적이다.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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