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두바이(Dubai) 현지 전문가들을 통해 본 중동 건설시장
UAE 두바이(Dubai) 현지 전문가들을 통해 본 중동 건설시장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 실장
「두바이는 우리 건설사가 시공한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로 유명하다. 2008년 말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이 가장 컸던 곳이기도 하다.
Dubai skyline in the evening source The Tele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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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발원인은 다르지만 재정위기를 먼저 경험했다는 점에서 두바이가 저유가로 인한 재정부족 상황에 직면한 중동 산유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 있을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이 재정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동의 중심 두바이를 방문하고 돌아온 중동 전문가를 통해 중동 건설시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중동 금융·교역의 허브, 대규모 개발사업이 펼쳐질 두바이 현지에서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장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 실장
지난 주 시장조사차 방문한 두바이에서는 이미 다양한 디자인의 랜드마크성 빌딩들이 무수히 들어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독특한 형태의 건축공사가 곳곳에서 한창 진행 중이었다. 카타르 단교사태, 사우디와 이란간 갈등 고조,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 역내 정세 및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두바이가 중동의 금융·교역 허브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지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두바이 정부가 관광산업 활성화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방문한 관공서 공무원의 태도와 시내 대형 쇼핑몰의 부동산 분양 쇼룸 등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방문자의 입장이 아닌 현지에 체재하고 있는 건설산업 종사자 및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떠한지 궁금했다. 최근의 지역 건설시장 동향 및 전망, 이슈 등등에 대해서 개발 및 시공, 컨설팅, 조사 등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자면 여전히 중동지역 국가들은 저유가의 장기화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야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건설시장의 회복 기미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지 전문가들과의 미팅 등을 통해 파악한 두바이를 포함한 중동지역 건설시장과 역내 주요 이슈별 동향·전망 등에 대해 살펴본다.
첫째, 중동지역은 세계 최대 산유지대로서 여전히 저유가의 장기화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핫(Hot)한 지역과 정책적으로 중요한 분야 중심으로 건설시장의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0불대 초중반에 머물렀던 유가가 최근에 소폭이지만 상승하고 있고, 2018년 초에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부가세(VAT)를 도입하는 등 재정확충 노력이 계속되면서 예산적자에서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국가별로는 2020년에 엑스포가 개최되는 두바이와 최근에 네옴(NEOM)이라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산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인 것으로 알려진 쿠웨이트 등이 유망한 것으로 거론되었다.
둘째,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동일한 견해를 밝혔다. 현지에서 십수 년간 개발사업을 수행해 온 민간 개발업자들은 앞으로도 두바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주변 다른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에서의 개발사업은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유는 괜찮은 시장, 예측가능한 시장인 두바이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 현지 부동산 개발사업자들은 초고가보다 입지와 주 수요자를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대 책정 및 인도, 중국 등의 아시아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현지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셋째, 최근 우리 건설회사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민관협력사업(PPP) 추진 전망이다. 크게 주목받고 있고, 그 필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발전 및 담수 등의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시장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중동 각국 정부들이 아직까지 PPP 사업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적 뒷받침도 미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넷째, 최근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사우디 등의 카타르와의 단교사태와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의 권력기반 구축 과정에서의 정세 불안에 대한 전망이다. 중동은 기본적으로 종교·정치·외교적으로 매우 복잡한 지역인데 최근에는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의 출현에 더하여 불확실한 강경 외교노선을 펼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이란과 지리적·경제적으로 긴밀한 카타르 사태는 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부 권력체계가 복잡하고 역내 헤게모니 다툼으로 이란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사우디 정세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다섯째, 제재가 해제되었지만 여전히 트럼프 정부의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 진출에 대한 입장이다. 이란은 기본적으로 정부 예산이 부족하고 각종 시스템이 불완전한 데다가 미국, 사우디 등과의 갈등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관망자세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란 시장을 잘 알고 있고, 어느 정도 준비된 기업들은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중동 건설시장은 장기 집권세력의 퇴진과 힘의 공백 그리고 이 틈새를 파고든 IS 세력의 테러로 인한 정세 및 치안 불안에 더하여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예산적자 등으로 크게 침체되었다. 이 여파로 건설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중동지역이 주력시장인 우리 해외건설 산업도 고전하였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중동 건설시장에서 서서히 회복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중동지역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잠재력과 사업기회 등을 고려할 때, 자사의 강점과 미래 비전에 기반한 정밀한 시장조사를 토대로 보다 전향적인 진출전략을 수립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정지훈 기자 jhjung@icak.or.kr 데일리해외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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