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 한국식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건립

 

베트남 정부, 한국식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건립


한국 측에 노하우 전수 요청

‘베트남-한국과학기술연구원(VKIST)’

21일 착수 


2020년까지 코이카(KOICA) 

무상원조 392억원(전체 예산의 50%) 지원


   베트남 정부가 한국식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설립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국내 첫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성공 사례를 받아들여 ‘베트남-한국과학기술연구원(VKIST)’을 베트남 현지에 건립하기로 하고, 21일 착수 보고식을 베트남 과학기술부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2020년 완성될 VKIST 조감도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제공


VKIST 설립은 베트남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베트남 정부는 2012년 한국식 출연연 설립을 통해 산업기술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한국 측에 노하우 전수를 요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협력차원에서 VKIST 설립을 돕기 위해 국내 KIST가 실무를 맡는 ‘VKIST 설립지원 사업단’을 운영해 왔다.

 

VKIST의 초대 원장은 한국인 과학자가 맡는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5월 국내 KIST 원장을 지냈던 금동화 박사를 초대 원장으로 임명했다. 베트남 산업화를 이끌 첫 출연연의 설립과 안정화를 한국인 과학자가 맡게 된 것이다.

 

베트남 측은 이날 행사에 부 둑 담(Vu Duc Dam) 부총리, 츄 느곡 안(Chu Ngoc Anh) 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하는 등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에선 이혁 주베트남 한국 대사, 임태훈 한국 KIST 부원장, 금동화 VKIST 원장, 김두희 동아사이언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베트남 정부와 VKIST 설립지원사업단은 이번 VKIST 설립이 베트남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나 기술력은 취약하다. GDP 절반이상을 해외 투자기업이 주도하고 있어 독자 연구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KIST는 1966년 개원 이후 70년대 국내 산업 발전을 견인했다. 이후 첨단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입지를 다지는 한편, 다양한 연구 역량을 대전 대덕연구단지 등으로 이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25개 출연연 설립의 시발점이 된 바 있다.

 

 VKIST는 한국식 과학문화 사업의 현지 전파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인들이 두루 참가하는 정기 포럼을 만들어 현지 지식인들과 소통하는 한편, 어린이나 청소년 과학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해 현지 시민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도 일조할 계획이다. 금동화 원장은 “어느 나라건 세금을 쓰는 연구소라면 시민들에게도 반드시 애정을 보여야 하니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VKIST 측의 의도는 21일 착수보고식 행사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행사에선 주요 인사들의 축사와 환영사 발표에 이어 VKIST와 한국 KIST, 베트남 현지 통신기업 베텔(Vettel)과 제약기업 트라파코(Traphaco), 베트남대, 하노이시 과학기술부 등과 상호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 교환이 이뤄졌다. 오후에는 첫 VKIST 과학기술포럼을 개최하고 베텔과 트라파코 측 전문가들의 발표와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베트남 과학기술정책연구소(NISTPASS) 원장 등이 참석했다.

 

베트남 통신회사 비에텔 부사장과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는 금동화 베트남-한국과학기술

연구원원(VKIST) 초대 원장 - 김원섭 기자



베트남 부 둑 담 부총리와 팜 다이 즈엉 과학기술부 차관이 동아사이언스에서 주최한 과학기술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 김원섭 기자 제공


행사장 주변에선 베트남 현지 초등학생들을 위한 과학기술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국내 과학문화창조기업 동아사이언스에서 마련한 로봇 씨름 경기, 보행로봇 경주, 로봇팔 체험 등의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으며, 학생과 현지 교사들을 위한 과학교구재 전시도 이뤄졌다. 베트남 현지 교사 2명과 동아사이언스 교육사업 센터장 등 2명이 학생 체험을 도왔다. 김두희 대표는 “과학기술을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과학언론의 활성화와 더불어, 학생들의 과학기술 체험 활동이 베트남 과학기술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 원장은 “베트남은 대학에서 인력을 양성 중이고, 여러 분야에 걸쳐 연구자가 있어 한국 KIST 설립당시보다 유리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10년 뒤에 VKIST가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베트남 부 둑 담 부총리와 팜 다이 즈엉 과학기술부 차관이 동아사이언스

에서 주최한 과학기술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 김원섭 기자 제공


한편 이 사업은 2012년 응엔 펀중 베트남 총리가 방한하여 우리 정부에 직접 요청해 시작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2020년까지 코이카(KOICA)가 무상원조 392억원(전체 예산의 50%)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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