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를 바라보는 해외건설의 자세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공학박사/연구위원


[2017.08.25 기고]

  불가분의 관계라는 말이 있다. 나눌 수 없는 관계 즉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면 여행과 사진과 같은 관계겠다. 누구든지 여행을 떠나면 카메라로 멋진 풍경 또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그러니 여행이 있는 곳에는 항상 사진이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밀접한 관계를 두고 불가분하다고 말한다. 해외건설을 이야기할 때에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유가다.



 지난 3월 필자는 기고를 통해 해외건설이 순식간에 타오르고 사라져 버리는 짚불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는 군불이 돼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해외건설이 군불 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해외건설 수주는 164억 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평균 650억 달러를 기록했던 해외건설 수주가 이렇게 부진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수주를 ‘들었다 놨다’하는 건 바로 국제유가다.


 <그림1>에서 보듯이 국제유가와 국내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부터 시작된 국제유가의 상승기에 해외건설 수주 또한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 54억 달러였던 수주는 2010년에 716억 달러, 2014년에는 66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유가는 2000년 배럴당 평균 26달러에 그쳤지만 2010년에 78달러, 2014년에는 97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평균 99달러로 고유가의 정점을 형성했던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해외건설 수주 또한 연평균 650억 달러로 최고의 전성시대였다.



 해외건설 수주와 유가 간의 상관관계는 중동과 산업설비로 수주의 범위를 좁혀서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06년 97억 달러에 머물던 중동 수주가 2007년 228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4년까지 연평균 314억 달러의 실적을 거뒀다. 산업설비 수주는 2006년 109억 달러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연평균 399억 달러를 기록하며 국내건설기업의 수주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고유가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중동과 산업설비 수주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2년 연속 반 토막이 났다. 2014년 배럴당 97달러였던 국제유가는 2015년에 49달러, 2016년에 41달러에 그쳤는데 이 시기에 중동 수주 실적은 각각 165억 달러와 107억 달러에 그쳤다. 2014년 517억 달러를 기록했던 산업설비 수주도 2015년에 265억 달러 2016년에는 132억 달러로 급감했다(그림2 참조).


 


 이처럼 해외건설 수주를 들었다 놨다하는 유가와의 관계를 해외건설 수주 부진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높은 상관관계가3)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의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통계학적 해석은 해외건설과 유가 간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왜냐하면 유가의 상승은 중동 산유국의 재정 수입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석유 생산 및 수출을 위한 시설물을 포함하는 건설시장 확대를 유인하기 때문이다. 건설기업에게 발주 물량의 증가만큼이나 시장으로의 진출을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중동과 산업설비의 수주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구조에서는 상술한 바와 같이 유가의 변동성이 기회만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주 시장과 공종 다각화가 오랫동안 해외건설의 중요한 현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유가 상승이 다양한 시장과 공종의 필요성을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장기적 측면에서 유가 상승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은 해외건설시장의 변화 요인이 될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는 신흥국 중심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매년 0.3%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4) 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수력, 태양열,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원 중에 최대 발전원으로 부상할 것이다.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2040년 발전 설비에 투자가 예상되는 12.2조 달러 중에 약 8조 달러가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非화석연료 비중은 확대되는 반면에 석유 및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또한 원유 소비의 70%를 차지하는 운송 분야에서는 효율성 개선과 전기차 보급 확대 등과 같은 수요 증가보다는 감소를 유인하는 요인이 많다. 메킨지는 2030년에는 미국, EU,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50%가 세계적으로는 30%가 전기차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를 둘러싼 시장의 변화가 비록 더디게 진행되거나 그 결과가 미칠 영향력 현재의 예상보다 크지 않더라도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즉 공급 과잉이나 수요 부족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가 갖는 위상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변동성이 과거처럼 해외건설시장의 급격한 팽창이나 위축을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려워 졌다. 그렇다면 유가가 갖는 불확실성을 기회로 봐야 할까 아니면 위기로 봐야 할까?


 우리는 고유가를 기회로 저유가를 위기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위기와 기회가 교차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차된다 건 위기가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다. 기회가 위기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정말 몰랐던 걸까? 위기(危機)가 위험(危險)에 기회(幾回)를 더한 것이라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1)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 BP, 2)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 BP, 3) 손태홍(2009). 유가변동성과 해외건설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 정책금융연구보고서. 해외건설협회

4) McKinsey&Company(2016). Is peak oil demand in sight?

데일리해외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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