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C 계약에서 ‘P’의 중요성과 실무적 고려사항


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Procurement 기자재 조달


  EPC 턴키계약상 ‘P’에 해당하는 기자재 조달은 전체 계약대금의 5-60%에 달하는 비중이다. 수많은 기자재들이 계약상 적합하게 조달이 이루어져야 적기에 플랜트를 완공할 수 있다. 이렇듯 해외건설에서 기자재 조달은 시공부문 못지않게 아주 중요하다.


중앙대학교 정홍식 교수


발주자와 체결하는 EPC 계약과 달리 기자재를 구매하는 건설사는 대부분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보다 유리한 계약체결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설계 및 시공상 계약관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해외 기자재 조달에 수반되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 조달부서에서 비법률가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식이고, 법무팀의 조력도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이래서는 안된다.

 

EPC 턴키계약과 달리 해외에서 기자재를 조달하는 경우 이를 규율하는 법률적 메커니즘은 완전히 다르다. 국제적인 물품거래를 규율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 존재하고, 고유한 관련 통일규칙(인코텀즈 및 신용장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계약은 도급인데 반해, 기자재 구매는 매매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기자재를 공급하는 매도인(seller)과 매수인(buyer) 건설사(혹은SPC)가 서로 다른 국가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상태에서 기자재를 매매하는 경우, 유엔의 국제상거래법위원회가 제정한 ‘국제물품매매에관한 UN협약(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이하 “CISG” 혹은 “협약”)에 규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86개국이 체약국인데, 그 현황은 국제상거래법위원회(www.uncitral.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협약이 적용되는 상황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양 당사자의 영업소가 모두 체약국에 소재한 경우(당사자들이 협약의 적용 배제를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이상) CISG가 직접 규율한다. 또한 일방 당사자가 비체약국에 소재하거나 양 당사자 모두가 비체약국에 소재하더라도 매매계약상 체약국법을 준거법(governing law)으로 지정하였다면 CISG가 적용된다. CISG가 규율하는 사안에 대한 당사자간 다툼에 대해서는 CISG가 우선적으로 규율한다. 만일 CISG가 규율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다툼이 벌어지면 계약상 지정된 국가의 국내법이 규율하는 식이다.


협약에는 매수인 건설사에게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특이한 조문이 있다. 협약 제39조에 따르면 매수인은 물품수령 후 검사를 통해 부적합을 발견한 후 합리적인 기간 내에 매도인에게 그 부적합한 성질을 특정하여 통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수인은 협약상 구할 수 있는 모든 구제수단을 상실한다. 상실되는 구제수단에는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 매수인에게 아주 가혹하게 작용하는 조문이다.


매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문한 기자재가 적합한 품질을 가지고 적기에 인도되어야 한다. 또한 매도인이 제공하는 기자재의 품질보증에 대한 범위가 중요하다. 이러한 사항들도 협약이 규율한다.




비단 상기와 같은 조문뿐만이 아니다. 건설사는 협약의 내용이 어떠한지, 협약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어떻게 유리한 계약조건을 담아야 하고 협상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필자는 몇몇 건설사의 조달 부서에서 사용하는 입찰서류 중 국제물품매매계약서 양식을 살펴본 바 있다. 대부분은 협약이 적용되는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매수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내용들이 상당수 있었다.


EPC 턴키계약의 수익성 증대를 위해 법률적인 차원에서는 일단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기자재 조달 관련 문서들의 전면적인 검토가 수반되어야 한다. 기존 계약서 조항들이 협약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지 아니면 협약의 조항들과 배치되는 의미로 사용되더라도 문제가 없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어떤 조문들을 추가해야 하는지 여부 등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한편 국제물품매매계약에는 건설계약과 달리 별도의 표준계약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 프로젝트의 기 건설계약과 정합성 있게 기자개 구매계약을 준비하고 체결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데일리해외건설  webmaster@i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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