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조 투자 발목잡은 화성市


아파트 늘어나 길 막히는데 

엉뚱하게 삼성에 분담금 요구


반도체 투자 적기 놓칠 우려


아마존 제2 본사 유치 위해 

땅까지 내놓은 美지자체와 대조


  화성시가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는 삼성전자에 공공도로 건설비를 부담하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인허가를 늦추는 방식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아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장 착공 시기를 앞당기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지자체의 발목 잡기 시도에 투자 시기를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의 일부를 기업에 전가하려 하는 화성시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주 미국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를 위해 북미 지역 238개 도시가 각종 인센티브 제공 경쟁을 벌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출처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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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화성공장 6조 투자 18라인 '조기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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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성 17라인 주변 주차장 용지에 6조원을 투자해 연면적 10만평에 이르는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18라인(가칭)을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가 최근 내부적으로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화성시의 교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인허가 자체를 받지 못해 조기 착공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화성시의 무리한 교통시설 건설 요구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투자하려는 파운드리는 퀄컴과 같은 반도체 업체로부터 설계를 받아 수탁생산하는 분야를 말하는데, 대만의 TSMC가 1위다.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기업 1위를 굳히기 위해서는 파운드리에서 1위와 격차를 좁혀야 한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다음달 15일을 착공일로 잡고 장비까지 이미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조기 투자를 확정했을 때만 해도 화성시는 태스크포스(TF) 팀(환경·교통·지구단위·건축)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인허가 작업을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규모 7만5000㎡ 크기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교통영향평가가 지연되면서 시와 삼성전자가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부분은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어지는 망포지구 교통 상황이다. 수원시와 화성시로 이어지는 동탄원천로 인근에는 2019년부터 망포4지구 7000가구가 추가로 들어설 계획이다.이에 따라 권선지구(99만㎡)·망포지구(110만㎡)를 비롯한 동탄원천로 인근 지역에 상당한 교통 체증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공장 증설에 따른 교통대책 일환으로 삼성 측에 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교통시설 지하화를 요청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지역 교통 대란이 수원시의 무분별한 아파트 확장 때문이지 화성 사업장 증설과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직원 출퇴근 시 셔틀버스 등을 활용해 교통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도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시 관계자는 "삼성에선 교통영향평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로 잡아 인허가 신청을 한 것 같다"며 "협의에 따라 지연이 될 수 있고 관계 기관이 협의하고 현황 등에 오류가 있어 두 차례 보완을 수정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삼성전자와 화성시는 수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교통영향평가로 인해 다음달 15일 착공 목표는 지키기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이 내부적인 목표인 것은 맞지만 인허가에 따라 더 늦어질 수 있는 분위기"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지방세 약 1600억원을 화성시에 납부했고, 그 금액은 올해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른 화성 신규 라인의 경제 기여 효과는 생산유발 15조3000억원, 고용유발 5만3000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선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선 아직 경쟁자가 많다. 대만 TSMC는 50% 이상의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애플·퀄컴 등 이른바 IT 업계 '큰손'들의 주문을 받아 생산한다. 올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시키고 현재 4위인 시장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대당 1500억~2000억원에 이르는 반도체 최신 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이미 1조원 규모 이상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는 경쟁사인 TSMC도 대거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이 이에 앞서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사실 화성시의 움직임은 외국에서 IT 업체들을 유치하려는 사례와 매우 대조적이다. 지난주 마감한 미국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 신청에 북미 238개 도시가 신청서류를 제출하며 각종 인센티브를 쏟아냈다. 8조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내놓겠다는 도시부터 본사 건물을 제공하겠다는 곳까지 나타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진출을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술 유출 관련 심의를 이유로 늦추고 있는 데다 지자체까지 기업들의 인허가를 두고 까다롭게 심사하면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적기 투자가 수주로 이어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의 특성상 인허가가 늦어질수록 한국에 투자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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