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투자했는데"...정권 바뀌었다고 석탄발전소 뒤엎기


확 뒤집힌 에너지 정책 

사업자들, “발전소 특성 무시한 탁상행정”

삼척·당진 석탄발전소 4기 LNG로 전환 추진

'헌신짝'된 전력수급계획의 민간사업자 지정

발전사들 "인·허가 고의로 미뤄놓고 책임 전가"


  정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자 해당 사업자들은 “발전소 특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지정한 전환 대상 4기는 포스코에너지의 삼척 포스파워 1·2호기와 SK가스·한국동서발전의 당진 에코파워 1·2호기다.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민간자본 유치 사업에 뛰어들 때 ‘앞으로 정권이 바뀌면 사업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입지 조건 완전 다른데…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소는 입지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 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많은 도시나 공단 인근에 짓는 게 경제성 측면에서 좋다.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요처와 멀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국내 석탄발전소는 대부분 해안가에 있다. 발전용 석탄이 해외에서 배로 수입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탄발전소를 도시에 지으면 육지에서 석탄을 운송하는 비용과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며 “송전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석탄은 발전 단가가 낮아 이를 상쇄할 수 있어 해안에 짓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LNG발전소는 LNG를 가스배관을 통해 공급받는다. 가스배관이 잘 갖춰진 도시나 공단 인근에 설치하는 게 유리하다. LNG는 발전 단가가 높기 때문에 수요처와 떨어진 곳에 발전소를 지으면 사업성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해안가에 LNG발전소를 지으면 그곳까지 가스배관을 새로 깔아야 한다”고 했다.




총 1조원 피해 

삼척 포스파워 1·2호기와 당진 에코파워 1·2호기가 LNG 전환 대상으로 정해진 이유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4기는 인·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착공 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짤 때 해당 계획에 포함된 발전소 건설을 맡기기 위한 민간 발전사업자를 지정한다. 사업자 지정 후 실제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정부로부터 발전사업허가, 환경영향평가,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발전사업허가 등은 법률상 요건만 충족하면 승인이 나기 때문에 발전업계에서는 전력수급계획 사업자로 지정되는 것 자체를 일종의 사업권 획득으로 여겼다. 포스코에너지는 6차 전력수급계획 사업자였던 동양파워를, SK가스는 5차 전력수급계획 사업자였던 동부발전당진을 각각 2014년 인수하며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현 정부 출범을 전후해 나올 것이라 예상한 각종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당진 에코파워 1·2호기는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4월3일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통상 1주일 뒤 산업부 장관이 승인 고시를 하고, 착공에 들어가는 게 순서지만 대선에 임박해 갑자기 절차가 중단됐다. 당시 산업부가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공약을 의식해 눈치보기하다 미룬 탓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척 포스파워 1·2호기 역시 올 4월 환경영향평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정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와 SK가스는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이 좌초되면 총 1조원에 가까운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에너지는 5609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가량인 이 회사가 5년 이상 벌어야 하는 금액이다. SK가스도 사업권 매입금을 포함해 4132억원을 썼다.

김보형/이태훈 기자 kph21c@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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