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님비(Nimby)의 결과...“특수학교 들어서도 집값 안 떨어졌다”

카테고리 없음|2017. 9. 22. 14:03



개교 21년 서울 정문학교 지역 주민들


1997년 설립 당시엔 거센 반발

“막상 들어서니 일반학생과 같아

되레 장애인에 대한 편견 사라져”


   19일 서울 관악구 난향동 삼성산 자락에 위치한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정문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초ㆍ중ㆍ고교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림 1정문학교 학생, 교사들이 지난해 11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학교 담장을 색칠하고 있다. 정문학교 제공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원하는 장애아 부모들이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건은 가장 사회적 약자인 장애아동, 이들을 향한 집단이기주의의 칼날이 여전히 매서움을 실감한 계기가 됐다.


1997년 정문학교가 들어설 때도 비슷했다. 학교 설립 계획을 세운 뒤 서울시교육청의 주민 설명회가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고, 지역 주민들은 교육청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때 반대했던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21년 전 교육청 앞 반대시위에도 나섰다는 박모(62)씨는 “학교가 들어서고 나서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서울에서 손에 꼽는 달동네였는데 이제는 길 건너에 신축 아파트도 생겼다”고 말했다.


장애아들에 대한 편견도 누그러졌다. 인근 슈퍼마켓 종업원인 민모(29)씨는 “한 달에 한 두번씩 선생님과 함께 물건을 사러 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장애인이라기 보다는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 마주치면 막연하게 거부감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직접 겪어보면 귀여운 동생들이다”고 말했다. 민씨는 “특수학교 설립에 따른 불안감은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생기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정문학교 전공과(고교 졸업) 학생이 20일 교내 실습장에서 택배 배달 실습을 하고 있다. 정문학교 제공


학교는 지역주민들과 벽을 허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서울시의 주민참여예산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해 학생들과 주민들이 함께 학교 담장을 칠하기도 하고 인접한 금천구 탑동초등학교와의 통합교육도 매달 한번 꼴로 진행하고 있다. 2003년 창단한 교내 동아리인 실로폰앙상블은 매년 1~2차례 인근 학교나 지역 행사 무대에 선다. 허충구 정문학교 교감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장애를 모르는 주민들이 학생들을 이해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실로폰 연주는 장애 학생들이 가진 가능성을 사람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정문학교 학부모 김모(50)씨는 “특수학교 학생들은 교육받을 권리조차 갖지 못하고 학교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지역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교육받을 수 있게 해 주고 길에서 장애 아동을 만난다면 인사를 받아 주는 것.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한국일보

케이콘텐츠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