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풍경을 바꿔보자"


변혜옥 정도산업 기술부설연구소장 


  지난 휴가 시즌인 8월 한 달 동안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량이 400만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휴가지로 인근의 유명 드라이브 코스는 차들로 가득 차고, 서행하는 차 안에서 창 밖으로 바라보는 경치 구경도 휴가의 재미 중 하나다.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다 보면 빼어난 경치를 수시로 마주치게 된다. 한적한 도로라면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은 곳들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다 보면 답답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그림 같은 경치 속에 옥의 티 같은 존재인 가드레일이다. 탁한 회색 일변도의 가드레일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진작가들이 드라이브 코스 사진을 찍을 때 후보정 작업을 통해서 지워버릴 정도겠는가. 그나마 새로 설치한 가드레일은 나은 편이다. 도로 상에서 눈비를 맞으며 장시간 견뎌야 하는 가드레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이 발생하고 부식도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먼지까지 쌓이면 흉물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도로 미관을 해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도장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가드레일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기술로는 장시간 경과 후 도장 표면이 떨어져나가 부식이 빨라지는 부작용을 막기 어려웠다. 도장 대신 아연도금 상태로 가드레일이 설치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세한 분말 형태의 고체 페인트를 분사해 입히는 분체도장 방식을 도입하면 기존의 단점들을 모두 보완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컬러를 적용할 수 있어 주변 경관과 조화를 꾀하기도 좋다. 실제 일본의 해안도로를 가보면 푸른 바다 빛과 가장 잘 어울리는 흰색의 가드레일이 펼쳐진 것을 볼 수 있다. 산악지형에서는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녹색을 적용해 자연 경관이 더욱 살아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운전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위험 구간에는 시인성이 높은 색상을 적용할 수 있고,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는 노란색 등의 색상으로 미리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분체도장 기술을 적용하면 가드레일의 제작 및 유지보수 과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빗물로 자연세척이 가능해 관리도 용이해진다. 내구성 역시 더 높아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 중 약 60%가 안전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20년까지 703km에 이르는 가드레일을 규격 제품으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가드레일 설치 시 안전규격뿐만 아니라 공공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으면 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이, 가드레일이 더 이상 도로 미관을 해치는 존재가 아닌, 주변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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