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Health : 사람, 동물 그리고 환경의 건강은 하나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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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Health : 사람, 동물 그리고 환경의 건강은 하나

2017.09.07

조류독감(AI)으로 수천만 마리의 닭들이 살처분되며 외국에서 계란을 수입해야 하는 문제가 불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계란 사태를 1597년(선조 30년) 임진왜란 중 화의교섭의 결렬로 일어난 2차 왜란인 정유재란(丁酉再亂)에 빗대어 정유년에 계란(卵)이 재난을 몰고 왔다는 정유재란(丁酉災卵)이란 비유적인 말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계란 사태를 보며 사람, 동물 그리고 환경의 건강은 하나를 표방하는 ‘One Health'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One Health라는 말은 2003년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기사에 사람, 가축 또는 야생동물의 건강은 더 이상 따로 분리해서 논의할 수 없는 One Health라고 처음 언급되며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인간은 어느 다른 동물들보다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간이 일상의 편익을 위해 자원을 마구 개발하며 환경을 훼손한 결과는 생태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그 반작용으로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One Health는 이런 생태계 질서의 파괴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생태계 내에서 사람과 동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 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조류독감(AI)을 위시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증인 사스(SARS)나 메르스(MERS) 그리고 현재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람과 동물이 동일한 질병을 서로 공유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에 부가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도 전염성 질병의 피해를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AI, SARS, MERS 등의 발생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고, 이번 계란 살충제 파동은 진드기나 벼룩과 같은 해충 제거를 위해 인체에 해로운 살충제를 사용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지만, 더 넓게 보면 바이러스나 살충제가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사람과 동물 간의 문제로 그 본질은 같습니다. 

인간에게 감염이 되는 병원체의 60%가 동물들로부터 유래되고 있으며, 새로 발견되는 동물 전염병 중 75%가 인간에게도 전파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동물과 인간 사이를 넘나드는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예시해줍니다. 

One Health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그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환경이 각각 독립된 체제가 아니라 유기적인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인류 사회의 보건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생태계 환경 내에서 공존하며 서로 접촉하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과 동물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방적인 이용에 따른 반작용으로 나쁜 영향도 많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의 편익만을 위해 자연 생태계를 마구 다루면 인류에게 다가올 재앙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세계 3대 환경문제 중 하나인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자원 개발을 통한 환경 파괴, 가축을 좁은 공간에서 집단 사육하는 공장형 축산 문제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종 전염병들의 전파 차단과 효율적 방역 관리를 위해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관련 학계에서도 One Health 개념을 도입한 제도의 마련과 실천에 앞장서야 합니다. 언론은 대중의 One Health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삶의 터전인 생태계 환경의 정화와 자원보존의 인식 제고를 위한 환경교육에도 One Health 개념이 적극 도입되어야 합니다. 

최근 신종 전염병들이 인류의 건강과 보건에 대한 위험 요소로 부각되며, 범세계적으로 One Health 개념의 도입으로 동물들의 매개로 전파되는 전염성 질병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신종 전염병의 대유행을 사전에 차단하는 보건정책의 수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의 건강은 하나라는 ‘One Health’ 개념을 도입해 관련 중앙 부처 내에 이를 개별 관리가 아닌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구의 설립과 함께 제도적 장치를 마련 할 것을 제안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닻꽃 (용담과)  Halenia corniculata (L.) Cornaz

따가운 햇볕도 누그러지고 
‘모기도 입이 비뚤어져 물지 못한다’는 처서가 지나 
풀잎 끝에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입니다.
어느덧 한여름 훌쩍 가고 
본격적인 가을 문턱을 넘어섭니다.
   
산등성이에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초가을
경기 5악이라 부르는 화악산을 올랐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산기슭 훑고 지나가면
온갖 풀들이 물결 흐르듯 누웠다가 
이내 오롯이 몸을 일으킵니다.
소슬바람 불 적마다 유난히 한들거리는 꽃송이들!
가는 여름의 아쉬움에 조급증이 돋아
살랑살랑 벌, 나비 꼬드기며 설레발치나 봅니다.
    
정녕 흐르는 세월이 아쉽고 애달픈 것인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화악산의 닻꽃들!
가는 세월 닻을 내려 꽁꽁 매어 두려는 듯 
산 정상 곳곳에 다투어 닻꽃을 피워 올립니다.
어찌 말 없는 들꽃인들 
함께 보낸 인연들을 훌쩍 지우고 싶겠는가?
세월 붙잡아 머물고 싶은 것은 한마음이리라. 
   
닻꽃은 정부가 정한 멸종위기 2급 식물입니다.
꽃 아래 갈고리 모양 네 개의 꽃받침이 
배와 바다와 땅을 하나로 동여매는 닻을 닮았다고 해서 
닻꽃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꽃말은 ‘어부의 꽃’입니다.
  
(2017. 8. 29. 화악산 정상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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