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 새 유전자 치료제 미국 첫 승인...아파트 한 채 값 VIDEO: FDA advisory committee recommends Novartis' CAR-T therapy for young leukemia


유전자 치료제 승인 통과 이번이 처음

약 값만 5억...고가 치료비 논란

실패한 유럽 유전자 치료제 전철 밟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0일(현지시각),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자를 추가한 뒤 다시 주입하는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치료법)의 미국 내 판매를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유전자 치료제가 승인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에도 미생물인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의 유전자 치료제 '임리직'이 승인된 적이 있지만, FDA는 이를 '바이러스 치료제'로 따로 분류했다. 난치성 암을 치료할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가 높은 가운데, 지나치게 비싼 치료비 때문에 실패한 유럽의 유전자 치료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첫 승인 받은 유전자 치료제 '킴라이아' - 노바티스 제공


VIDEO: FDA advisory committee recommends Novartis' CAR-T therapy for young leukemia pati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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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백혈구로 문제 백혈구 잡는 본격 유전자 치료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 가 개발한 '킴라이아(Kymliah)'는 급성 림프모구백혈병(ALL)이라는 혈액암을 치료한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걸리는 가장 흔한 암으로, 골수에서 미성숙한 백혈구(면역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져 정상적인 혈액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고, 심지어 파괴하는 병이다. 미국국립보건원 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약 3100명이 이 병을 진단 받는다.

 



킴라이아의 원리는, 쉽게 말하면 '유전자 변형 백혈구로 문제가 되는 다른 백혈구를 잡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환자의 몸에서 백혈구의 일종이자 면역세포인 T세포를 꺼내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추가한다. 이 때 추가하는 유전자는 또다른 면역세포이자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포착하는 수용체를 만든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주로 미성숙 B세포의 이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뒤 유전자를 변형한 T세포를 증식시켜 다시 환자의 몸에 집어넣는다. 몸에 들어간 새로운 T세포는 백혈병을 일으키는 미성숙한 B세포를 파괴해 병을 치료한다. FDA는 "임상실험에서 기존 치료가 잘 듣지 않던 환자 63명 중 83%(52명)가 석 달 안에 증세가 호전될 정도로 효과를 인정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역세포를 몸 안에 넣는 치료법인 만큼 급격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고열이나 저혈압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FDA도 이를 염려해 다른 치료가 잘 듣지 않거나, 치료 뒤 재발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했다. 치료 대상도 25세 이하로 한정했다. 노바티스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철저한 위험관리프로그램 하에서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킴라이아의 원리. 1. 환자의 피에서 T세포를 뽑아 2.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추가한다. 3/4. 증식하고 점검한 뒤 5. 환자의 

몸을 준비시키고 6. 환자 몸에 재주입한다. 7. 주입한 T세포가 백혈병 유발 세포를 죽인다. - 노바티스 제공

 

'약이 5억 원' 천문학적 가격 논란... 앞선 유전자 치료제 실패 되풀이하나

노바티스는 킴라이아 1회 치료 비용으로 47만 5000달러(약 5억 4000만 원)를 책정했다. 대도시의 웬만한 중형 아파트 값을 상회하는 값이다. 노바티스는 오랜 기간 대학이나 병원과 공동 연구를 하며 많은 투자를 한 만큼 적절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 번의 치료 비용치고 지나치게 비싸다는 주장도 있다. 값싸고 보편적인 의약 서비스를 요구하는 미국의 시민단체 '적정 가격의 약을 원하는 환자들의 모임(Patients for affordable drugs)'의 '데이비드 미첼 회장은 영국 '가디언', '미국공영라디오(NPR)'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이런 면역세포 치료법 연구를 위해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하지만 제약사는 (소비자) 시장에 약을 지나치게 비싸게 내놨다"며 비판했다.

 

킴라이아의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주목 받는 이유는 앞서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는 또다른 유전자 치료제의 실패 때문이다. 피 속 지방을 처리하지 못하는 희귀 유전병인 '가족성 지질단백 지질분해효소 결핍증' 치료제인 '글리베라'는 2012년, 유전자 치료제로서는 세계 최초로 유럽 판매 허가를 받았다. 글리베라는 바이러스 운반체를 이용해 효소 유전자를 직접 핵 안에 전달하는 본격 유전자 치료제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가격이 킴라이아의 두 배가 넘는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웃돌아 '지구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불리며 철저히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2016년 5월 미국의 기술 분석 잡지 'MIT테크놀로지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글리베라 치료를 받은 사람은 보험회사의 지원을 받은 환자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 4월, 글리베라를 개발한 네덜란드 유니큐어는 "올해 10월 끝나는 글리베라의 유럽 내 판매 승인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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