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총리의 고집과 불통 [황경춘]

카테고리 없음|2017. 7. 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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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총리의 고집과 불통

2017.07.13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세계 주요 20개국 수뇌회담의 화려한 외교무대 활동에 이어, 동유럽을 순방 중이던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晉三)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7월 11일에 귀국하였습니다.

공식적인 이유는, 적어도 25 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20여 명이 행방불명,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서일본 후쿠오카(福岡) 지방의 폭우 피해였지만, 아베 총리를 맞이한 일본 국내 정세는 여러모로 복잡했습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2년 만에 수도 도심지에서 8천 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있었습니다.

일본 인구 10%가 사는 수도 도쿄에서 이달 초에 있었던 도의회(都議會) 선거에서 여당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래 최대의 패배를 맛보고, 정수 127의 도의회에서 겨우 23석을 건지는데 그쳤습니다. 전 의회에서는 57석을 가지고 우당(友黨)인 공명당 22석을 합쳐 당당히 도정을 좌우했던 자민당입니다.

도의회 선거 참패 후 첫 주말인 이달 8~9일에 실시한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33%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2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에 승리하여 제2차 아베 내각을 발족시킨 이후 가장 낮은 내각지지율입니다. 또한 도의회 선거 직전의 지지율에서 5% 포인트가 하락한 숫자입니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숫자는 47%로 두 조사에서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내각 지지도가 낮아졌다 하여, 정권이 불안해진 것은 아닙니다. 일본 국회 상하 양원에서 절대 과만수의 안정된 의석을 자랑하는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이고, 하원 중의원 임기는 내년 12월에야 끝납니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는 한, 아베 총리는 내년 9월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또 임기가 끝나도 3선이 가능하게 당규를 이미 바꿔 놓았습니다. 당내에 아베 뒤를 노리는 경쟁자도 없습니다. 

국회 해산권이라는 막강한 특권을 가진 총리는 과거에 하원 임기 전에 여당이 가장 유리한 시기를 선택하여 이 무기를 사용하여 정권 연명에 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불리한 정치 여건으로, 아베 총리는 이 국회 해산권을 발동할 시기를 놓쳤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31일의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 추천을 받지 않고 독자 출마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여사가 자민당 추천 입후보자를 크게 물리치고 당선한 후, 이번 도의회 선거에서도 대승하고, 자민당 당적까지 사퇴하여 아베 총리의 최강 정적(政敵)으로 돌아서자 아베 총리가 국회 해산권을 적시에 이용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과거 두 번 여당이 크게 진 도지사 선거 다음에 있은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두 번 다 대패한 경험이 있어, 아베 총리의 해산권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2년 전, 안전보장 특별법 통과를 강행하여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힘겨운 정치 싸움을 극복한 뒤,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관련된 사학재단(私學財團) 비리 의혹 사건과, 연이은 각료나 여당 의원들의 스캔들로 정치적 수세에 몰려왔습니다. 최근에는 총리 친구가 경영하는 사학재단이 관리들과의 비리 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습니다.

유럽에서 귀국하기 전,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9월 임시 국회가 열리기 전에 내각을 개편하여 민심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인기 하락의 요인은 몇몇 각료들의 잘못보다 총리 자신의 고집과 불통에 인한 정치 정체(停滯)에 있습니다. 그는 2차 집권 이후 중용해 온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관방장관을 편애(偏愛)하여 거의 모든 결정을 이 세 사람이 합니다. 이번 개각에서도 이 두 사람의 유임은 꼭 필요하다고 암시했습니다.

그는 흔히 그의 천적이라고 부르는 아사히(朝日)신문의 특종 기사로 세상에 알려진 두 곳의 사학재단의 비리 혐의에 관해서, 일관해 부인하거나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자기 잘못은 전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모리토모(森友)학원 이사장이 아키에 여사로부터 100만 엔(약 천만 원) 기부금을 받았다고 자백을 한 뒤에도 이를 시인하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의 이러한 비정치인적인 완고함이 이번 사건을 통해 널리 알려져 그의 정치적 입지를 곤란케 만들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현직에 있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이 희망이 일본 정계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 것인지 궁금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백리향(꿀풀과) Thymus quinquecostatus

오래전에 약속한 꽃 탐방 약속이라서 장마 중임에도 길을 나섰습니다.
‘석 달 장마에 비 안 갠 날 없다.’는 요행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 사망 아니면 불참 불허’라는 골퍼 간의 약속은 아니지만, 
딱히 비가 많이 오면 다른 곳으로 목적지를 바꾸면 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것입니다. 
   
동해 시에서 하루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그런대로 날씨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천둥을 동반한 빗방울이 유난히도 드셌습니다.
돌아설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폭우로 변했습니다. 
이게 바로 진퇴양난인가 싶었습니다.
폭우를 무릅쓰고 백두대간 석병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산 정상에 오를 때쯤엔 다행히 비가 멈추고 
자욱한 안개구름이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운무에 싸인 석병산 정상에서 귀한 꽃들을 만났습니다.
   
바람 찬 산꼭대기 바위틈에 붙어 꽃을 피운 백리향입니다.
희부연 운무 속에 당당히 버티고 서 있는 옹골찬 모습입니다.
앙증맞게 고운 홍자색의 꽃 입술이 매혹적입니다.
축축한 산 공기 타고 맑은 향이 배어납니다.
백 리까지야 가리오마는 바라보는 이 가슴 깊이 파고드니
헤아릴 길 없는 사람 가슴까지 파고들면 
천리향이라 한들 뉘가 아니라 하겠습니까.
짙은 운무 속에서 향 따라 신비감도 함께 감돕니다.
   
백리향은 높은 산꼭대기나 바닷가의 바위틈에서 자랍니다. 
높이 3∼15cm의 작은 관목으로 
원줄기는 땅 위로 퍼져나가고 어린 가지가 비스듬히 서며 
식물체 전체에 티몰(thymol)이 들어 있어 향기를 냅니다.
꽃은 6월에 분홍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 2∼4개씩 달리며 
가지 끝부분에 모여 나므로 수상꽃차례같이 보입니다. 
  
향기가 있어서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으며, 
포기 전체에 정유(精油)가 있어 
기침, 경련, 중풍의 한방 치료에 사용합니다. 
  
석회암 지역을 좋아하는 종으로
전국적으로 30곳 정도의 자생지가 있으나
석회암 광산 개발로 자생지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생지 확인 및 유전자원의 현지 보전이 필요한 종(種)입니다.
   
(2017. 7. 8 강릉 석병산 정상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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